
이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평화(24회)였다. 이 대통령은 “3·1혁명은 독립선언이자 평화 선언이었으며 우리가 나아갈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제시한 나침반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관계를 언급하면서 “반세기를 훌쩍 넘기도록 이어온 대립과 갈등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존공영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자”며 “뜻하지 않게 일어난 작년 무인기 침투 사건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심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을 언급하면서도 평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 관계 역시 평화와 공영을 추구했던 3·1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일찍이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 3개국 간 협력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임을 역설한 바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두 번째로 많이 언급한 단어는 선열(16회)이었다. 이 대통령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후손들이 살아갈 내일의 희망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선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립운동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자조적인 말은 사라지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존경받으며, 공동체를 배반한 행위는 준엄하게 심판받는 그런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운동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대신 3·1혁명이라는 표현을 9번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축사에서도 3·1운동 대신 3·1혁명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 대통령의 3·1혁명 표현을 두고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 대통령이 3·1혁명이라는 용어를 썼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3·1혁명의 산물임을 직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3월 1일 페이스북에서 말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공식행사에서 3·1혁명이라고 표현한 것도 낯설고 부적절해 보인다”며 “정부가 사용하는 용어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제헌국회에서 3·1혁명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면서 헌법에는 3·1운동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1948년 7월 7일 제헌국회 본회의에서 조국현 의원은 “혁명은 국내적 일이다. 이씨 왕조가 고려 왕조를 전복시킨 것은 혁명이다. 조선이 일본에 항쟁한 것은 혁명이 아니다. 이걸 혁명이라고 한다면 무식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헌국회 의장이었던 이승만 의원은 “혁명은 우리나라 정부를 전복하자는 것”이라며 “원수의 나라에서 와있는 것을 뒤집어놓는 게 혁명이라는 건 그릇된 말”이라고 거들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또 다른 혁명으로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을 언급했다. 촛불혁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한 2016년 촛불집회, 빛의 혁명은 2024년 12·3 비상계엄에 맞선 시민 행동을 일컬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위대한 대한국민께서는 해방 이후 한강의 기적으로 산업화를 이뤘다”며 “독재의 억압 속에서도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했고, 촛불 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국민주권의 빛을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