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은 정 의원에게 지난 2월 10일 처음 연락해 A 씨와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다음 날인 2월 11일엔 정 의원을 직접 만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요신문 취재가 들어간 이후인 지난 3월 5일 정 의원은 A 씨를 수사한 검찰에 4억 원을 공탁했다. 정 의원은 A 씨가 저지른 사기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고자 A 씨 판결이 지난 2월 12일 확정된 뒤 돈을 마련해 공탁했다고 설명했다. 형사 재판 종결 전 변제하면 A 씨가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웅파인아트는 2019년 6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아트테크(미술품 재테크) 명목으로 1108명으로부터 905억 원을 투자받았다. 지웅파인아트는 미술품 투자자에게 투자금 1%를 수익으로 매달 지급하고 3년간 투자 원금 반환을 보장한다고 약정했다. 지웅파인아트는 투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을 전시하는 등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투자자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지웅파인아트는 미술품을 활용한 수익 사업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투자자에게 받은 돈으로 미술품을 사지도 않았다. 회장 A 씨는 자신이 소유한 다른 회사 ‘하주산업개발’이 진행 중이던 전남 나주 오피스텔 신축 사업에 투자금을 가져다 썼다. 지웅파인아트 전 대표 B 씨는 “아트테크 사업 자체를 시도해보지 못했다”며 “첫 계약자 계약금부터 회장 A 씨가 빼갔다”고 2025년 2월 A 씨와 B 씨 등 형사 재판에서 털어놨다.

검찰은 지웅파인아트 회장 A 씨와 전 대표 B 씨, 사내이사 C 씨 등 수뇌부 3명을 사기와 유사수신 등 혐의로 2024년 9월 구속기소했다. 2025년 3월 1심에서 회장 A 씨는 징역 23년, 전 대표 B 씨와 사내이사 C 씨는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A 씨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에서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다”며 “11회에 달하는 전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고, 지난 2월 12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지웅파인아트 수뇌부 3명에 대한 판결은 1심 그대로 확정됐다. 미술품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사기 의혹을 제기한 지 2년여 만이다.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검찰이 지웅파인아트 수뇌부 3명에게 추징한 금액은 약 300억 원이다. 피해금액 총 645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검찰이 추징한 지웅파인아트 수뇌부 소유 부동산 매각이 언제 이뤄질지, 매각 금액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지웅파인아트 수뇌부에게 정치자금 불법 후원 등 다른 범죄 의혹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제보자는 일요신문에 2021년~2022년 지웅파인아트 회장 A 씨와 당시 대표 B 씨가 통화한 녹음파일 1300여 개를 제공했다. A 씨와 B 씨는 매일같이 하루에도 여러 번 통화하며 온갖 대화를 나눴다. 그중엔 정준호 의원(당시 변호사)이 2022년 광주시장 선거에 도전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친분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다.
2021년 7월 9일지웅파인아트 회장 A 씨는 2021년 8월부터 2021년 말까지 총 3억 원을 정 의원 계좌로 이체했다. 또 지웅파인아트 법인 계좌에서 정 의원 계좌로 1억 원을 2022년 초 이체했다. A 씨는 B 씨와 2021년 8월 통화하면서 말한 것과 달리 실제로 차용증은 쓰지 않았다. 2022년 A 씨와 B 씨 통화에선 “(당선이) 안 된다고 해도 정변(정 의원)은 확실히 우리 사람이 되는 것” “나중에 국회의원 되면 보좌관 시켜달라고 하겠다” 등 대가를 기대한 발언 내용이 포착됐다.
대표 B 씨: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정변(정준호 의원)이 광주시장 되는 사이즈…?
회장 A 씨: 가능성은 있지. 정변이 광주시장 가면…
대표 B 씨: 시장실 들어가서 다리 꼬고 앉아 있어야지.
회장 A 씨: 상무지구(광주시청이 위치한 광주 도심) 지나가다가 커피 마시고 싶으면 시장실 가면 되겠네. 좋겠다.
2021년 7월 30일
회장 A 씨: 정변 만났어.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나 봐. 광주시장.
대표 B 씨: 지방선거가 내년이네요.
회장 A 씨: 얼마 안 남았어.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바로 되는 거야. 안 되더라도 가능성은 있지.
2021년 8월 2일
회장 A 씨: 정변을 어제 만났어. 정변이 대놓고 이야기하던데. 그래서 해줄까 싶어. 세 개야. 정변 통장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러면 어쨌든 나중에 빼도 박도 못하지. 나중에 돌려받을 거야. 차용으로 줘야지. 정변이 다음 달부터 선거사무실을 상무지구로 옮겨. 날짜를 잡아서 찔러줘야지. 이달 초에 필요하다니까.
2022년 3월 4일정 의원은 지웅파인아트 회장 A 씨에게 4억 원을 빌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차용증은 쓰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재산신고를 하면서 A 씨에게 빌린 4억 원을 사인 간 채무로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A 씨에게 받은 돈에 대해 “선거 준비 자금으로 쓰지 않았다. 선거 준비 자금은 따로 구했다”며 “(4억 원 중) 절반 이상은 변호사 사무실에 썼다. 사무실 직원 월급도 밀리던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회장 A 씨: 우리가 이재명을 (대선에서) 일단 찍어야지.
대표 B 씨: 이재명 (대통령) 당선보다는 정변(정준호 의원) 광주시장 당선이 저희한테 더 좋은 거 아닌가요?
2022년 3월 16일
회장 A 씨: 정변이 (광주시장) 안 되더라도 도전하는 게 나을 거 같아? 아니면 안전하게 정무부시장 하는 건 어떤 거 같아?
대표 B 씨: 어차피 계속 같이 간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도움을 주는 게 낫지 않나요? 이번에 (광주시장) 안 된다고 하더라도.
회장 A 씨: 본인은 직진해서 가려고 그래.
대표 B 씨: (광주시장) 안 되면 다른 걸로 도전하든지, 계속 활동하면 총선도 있고…
회장 A 씨: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되든 안 되든 질러놓고 봐야지. 사람 일이 혹시 모르는 거야.
대표 B 씨: 이번에 만약 베팅했다가 진짜 (광주시장) 되면 대박인 거죠. 안 된다고 해도 정변은 확실히 우리 사람 되는 거고.
회장 A 씨: 안전하게 정무부시장 하면…
대표 B 씨: 부시장은 크게 권한이 없지 않나?
회장 A 씨: 권한은 없어도 시장한테 이런저런 거 해 달라고 하면 해주지.
2022년 4월 15일
회장 A 씨: 정변은 떨어졌어. 컷오프됐어. 이의 신청 넣었다더라. 이제 이용섭한테 붙어야지. 부시장이라도 해야지.
대표 B 씨: 부시장하다가 다음 총선 때…
회장 A 씨: 그래도 부시장이야. 아쉬운 대로 부시장실이라도 가서 담배 피워. 부시장실도 커.
대표 B 씨: 그래도 광주광역시 2인자죠.
회장 A 씨: 부시장도 콩고물은 조금 떨어져.
대표 B 씨: 그렇게 하다가 나중에 총선 나가도 괜찮겠다.
회장 A 씨: (정준호 의원이) 국회의원 되면 광주 사무실 보좌관 시켜달라고 하려고.
대표 B 씨: 그걸 왜 해요?
회장 A 씨: 관공서 들어가서 국회의원 보좌관이라고 하면 다 알아주지.
정 의원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로 A 씨를 2021년 초 처음 만났다. 2021년 3월부터 A 씨 회사 하주산업개발 법률 자문을 맡았다. 지웅파인아트는 잘 몰랐다”며 “하주산업개발은 2022년 말 나주 오피스텔 관련 분쟁이 많아졌다. 그런데 2022년 3월부터 하주산업개발에서 자문료를 못 받았다. 그러다 보니 A 씨 측에서도 (빌린 4억 원에 대한) 이자를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A 씨가 2023년 말 지웅파인아트 사기 사건으로 투자자에게 고소당한 상황을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023년 12월 총선 후보로 등록하고 선거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2024년 3월 불법 전화 홍보방 운영 혐의로 압수수색도 받았다”며 “국회의원 당선 후 A 씨를 만난 적은 있다. 그때 A 씨는 법무법인을 선임해서 대응하고 있다며 큰일이 아니라는 듯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또 정 의원은 “2024년 7월 19일 A 씨에게 3000만 원을 갚았다. (빌린 4억 원에 대한) 이자 일부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A 씨는 지웅파인아트 사건과 별개의 또 다른 사기 혐의로 2024년 6월 26일 불구속기소된 상태였다. 이후 A 씨는 지웅파인아트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2024년 8월 20일 구속됐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