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수성하며 보수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한 오 시장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정가에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오 시장이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당내 기반을 넓히려 한다는 분석도 그 중 하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잠룡’으로 꾸준히 거론됐지만 동시에 단점도 노출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선에 나설 수만 있다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수진영에서 가장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사로 첫 손에 꼽힐 것”이라면서도 “다만 오 시장의 당내 입지가 크지 않아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지엔 항상 물음표가 달려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오 시장이 서울에서 5선을 할 수 있었던 이면엔 중도를 설득하는 메시지가 탁월했던 측면이 있는데, 대선 당내 경선에선 ‘선명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증명한다면, 다섯 번째 서울시장 임기 종료와 맞물리는 차기 대선이 오 시장의 ‘별의 순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두 차례 탄핵정국 이후 보수 진영 반등의 신호탄 중심엔 항상 오 시장이 있었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면서 보수 진영 내부에선 외부 영입 목소리가 작아진 상태다. 보수 전체를 대표할 만한 아이콘으로 꼽을 수 있는 잠룡이 많지 않은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지금까지완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 시장과 만나려는 현역 의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말이 정가에서 나돈다. 또한 보수 원로들 사이에서도 오 시장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대권주자 오세훈’에 대한 기대감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 의뢰로 6월 8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 1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19.0% 지지를 받았다. 김민석 국무총리(13.3%),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12.0%), 한동훈 무소속 의원(10.6%),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9.6%)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갤럽이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주관식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장래 대통령감’ 여론조사(무선전화 가상번호 활용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에서 오 시장은 9% 지지를 받았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8%,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7%, 김민석 국무총리는 5%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오 시장이 이들을 모두 앞서는 성적표가 나왔다.
여론조사공정은 펜엔마이크 의뢰로 6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만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여론조사(무선 ARS 전화조사, 무선 RDD 1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20.5%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았다. 김민석 국무총리라는 답변 비율은 15.4%였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은 답변은 각각 13.9%, 13.6%로 나타났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두 사람 중 누가 더 차기 대권 주자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은 “두 사람이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텐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을 상대로 어떤 것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 시장은 정치적 메시지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지난 임기 때와는 다른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다. 오 시장은 6월 15일 정부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6월 11일엔 서울시의회 정례회의에서는 선거 기간 핵심 이슈 중 하나였던 GTX-A 철근누락 논란과 관련 “구조 전문가와 관계 기관 점검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됐고, 보완 가능한 시공오류임에도 이를 정치화, 선거쟁점화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유진 서울시의원이 철근누락 논란을 ‘국토부가 MBC에게 흘린 것이냐’고 묻자 오 시장은 “네”라고 답했다. 박 시의원이 “시장이 그런 언론관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믿기 어렵다”고 하자 오 시장은 “MBC의 행태는 그런 말을 들어도 전혀 과하지 않다”면서 “MBC 보라고 하는 이야기”라고 날을 세웠다.
6월 15일 서울시는 직원에게 배포한 언론 스크랩 자료 표지에 ‘편파왜곡 보도 매체는 스크랩에서 제외합니다’라고 명시하며 제외 대상 매체로 MBC를 표기했다. 서울시는 MBC 철근누락 보도가 왜곡과장됐다고 주장하며 손배소 제기를 예고했다.
정가에선 오 시장이 중도 확장성을 유지하며 본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역에서 선명성을 부각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은 5선 서울시장이자, 이번 선거 승리로 3선 연임을 하게 돼 다음 지방선거엔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수 없다”면서 “군대 계급으로 따지면, 병장과도 같은 입장인데 그동안 응축됐던 정치적 메시지를 임기 4년 동안 분출하며, 정치 인생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선거를 이긴 오 시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조명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대선 후보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바라봤다.
윤 실장은 “보수진영 내부 상황만 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부터 장동혁 대표 체제까지 하나의 흐름이 거의 일단락된 것 아니겠느냐”면서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 강성 지지층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보다 실제 선거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고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세훈, 한동훈 같은 중도 소구력이 있는 후보들이 주도하는 판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