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남교육청 학폭위는 2023년 9월 이 사건을 심의하면서 법령이 정한 순서를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폭력예방법과 관련 고시에 따르면 학폭위는 학교폭력의 5개 요소를 먼저 평가해 점수를 산정하고 해당 점수에 따라 처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 평가 요소는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당사자 간 화해 정도 등이다.
하지만 실제 회의에서는 강제전학과 출석정지, 학급교체 등 처분 수위부터 논의했다. 위원들 사이에서 ‘학급교체’로 의견이 모이자 그 처분이 가능한 범위에 맞춰 항목별 점수를 정했다. 최종 점수는 15점으로 ‘강제전학’ 처분이 가능한 16점에 단 1점이 모자랐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김 전 비서관 자녀 사건에서만 나타난 예외가 아니었다는 데 있다. 감사원이 2023년 8~10월 3개월간의 성남교육청 학폭위 심의 83건을 표본 조사한 결과, 27건에서 처분을 먼저 정한 뒤 점수를 역산한 사실이 확인됐다. 짧은 기간만 조사했는데도 법령이 정한 심의 순서를 거꾸로 밟는 방식이 상당수 사건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심의 과정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었다. 의결권이 없는 학폭위 간사인 A 씨는 회의 도중 밖으로 나가 누군가와 통화한 뒤 돌아와 학폭위원들에게 “강제 전학은 처분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위원들의 논의는 가장 강한 처분 수위인 ‘강제 전학’에서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쪽으로 이동했다. A 씨는 또 다른 누군가와 통화 후에는 “출석정지를 길게 내리는 게 좋겠다”는 자신의 의견까지 위원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외압이 개입했다는 객관적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심의·의결 권한이 없는 A 씨가 개인 또는 외부 의견을 계속 전달하면서 위원들의 자유롭고 공정한 논의를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을 사후에 확인할 공식 기록도 부실하게 작성됐다. 성남교육청이 작성한 학폭위 회의록에는 학생과 보호자의 진술, 최종 의결 결과만 있었다. 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주고받으며 처분 수위를 결정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성남교육청은 이 사건뿐 아니라 다른 학폭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회의록을 작성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토의 내용과 의결 사항을 회의록에 남기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기록 누락 때문에 학폭위 의결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사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은 감독기관인 경기도교육청의 감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202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불거지자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도교육청은 회의록만으로는 심의 과정을 알 수 없어 녹음파일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A 씨가 “별도의 녹음파일은 없다”고 하자 조사는 거기서 멈췄다. 다른 직원을 추가로 조사하지도 않았다.

녹음파일 대신 도교육청이 확보한 것은 학폭위원 7명 중 4명의 진술이었다. 조사 방법은 1인당 약 15분의 전화 통화뿐이었다. A 씨는 대면조사를 했지만 처분 수위를 먼저 정한 뒤 점수를 맞췄는지 등 핵심적인 심의 내용은 묻지도 않았다.
핵심 심의 과정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와 달리 결과보고서의 결론은 단정적이었다. 도교육청은 보고서에 “위원 전원이 판단 요소별 점수를 부여 후 합산한 결과 15점에 해당해 학급교체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실제 녹음파일을 토대로 한 감사원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먼저 ‘학급교체’를 정한 뒤 그 처분에 맞는 점수를 산정한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도교육청이 증거의 한계를 밝히지 않은 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기술했다고 판단했다.
존재하지 않던 기준까지 만들어졌다. 학교폭력의 ‘지속성’에 대해 법에서 정하는 횟수별 점수 기준은 없다. 하지만 도교육청 감사보고서에는 1회 0점, 2회 1점, 3~4회 2~3점 등 횟수별 점수를 부여한 표가 등장했다. 이 표를 작성한 사람은 2023년 경기도교육청 자체 감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감사담당자 B 씨로 밝혀졌다. 그는 감사원 조사에서 위원들의 진술을 “직관적으로 한 번에 보이게 정리하려고 만든 것”이라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감사증거에서 도출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1점은 처분 수위를 가를 수 있는 점수였다. 학교폭력의 지속성 점수가 1점이 아닌 2점이었다면 총점은 15점에서 16점으로 올라 ‘학급교체’보다 한 단계 높은 ‘강제전학’ 처분 구간에 들어간다. 하지만 도교육청 자체 감사는 이 1점에 대한 객관적 산정 기준을 확인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속성 점수’를 낮게 부여하였다는 의혹은 피해의 심각성에 영향을 받아 심리적·감정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감사자의 판단을 보고서에 넣었다. 감사원은 이 판단에 근거가 없었다고 봤다.
관리·감독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국장을 포함한 결재 라인은 증거 자료와 보고서 내용을 직접 대조하지 않은 채 이를 결재했다. 통상적인 관행이라는 이유다. 감사원은 관련자 3명에게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외압이 개입했다는 객관적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2023년 경기도교육청 자체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민간 학폭위원에 대한 강제 조사권이 없었고 핵심 자료인 녹음파일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당시 사정을 고려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감사 결과는 국민적 의혹을 조금도 풀어주지 못했다”며 “자체 감사를 통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를 도민께 있는 그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외압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외압 여부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게 만든 ‘교육행정의 실패’는 감사원 보고서에 고스란히 남았다.
정원평 경인본부 기자 jwp011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