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복서’ 혹은 ‘링 위에 오른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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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시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개봉을 앞두고 복싱팀에 입단해 주목을 받고 있다. |
이시영(31)은 연예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그는 주연을 맡은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렇지만 연기에 한창 목이 말라할 때에 그는 연기와 함께 복서로도 나섰다. 서른 살이 넘은 이시영의 꿈은 국가대표다. 1월 31일에는 인천시청 복싱팀에 정식 입단했다. 목표는 2014년 아시안게임 출전. 누구보다 치열한 꿈을 꾸는 사람, 이시영이다.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소속팀이 있잖아요. 설레고 자신 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해야 하니. 휴!”
“저예산이라고 해도 제작비 30억~40억 원이 저 하기에 달렸는데…. 그 돈 걱정 안할 수 없잖아요. 흑.”
작품에 대해서도, 운동에 관한 이야기에도 솔직하게 답하는 이시영은 정작 “속마음을 드러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햇수가 늘어날수록 자신의 말이 뜻하지 않는 오해를 일으키는 경험이 반복된 탓에 생긴 두려움이다.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며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여주인공으로 인기를 얻은 이시영이 최근 한층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월 14일 개봉하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와 더불어 인천시청 복싱팀 입단 소식까지 알리며 주위의 관심이 쏟아진 덕분이다. 요즘은 가는 곳마다 복싱과 영화에 대한 질문을 쉼 없이 받는다. 질문이 늘수록 이시영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연기자로, 복서로 두 분야에서 생각하고 양쪽 사람들을 고려해야 하잖아요. 말문을 열기 전부터 정리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운동에 따르는 고민은 계속 겪어야 할 일이니 현명한 방법을 연구할 수밖에 없죠. 전부 다 나를 좋아하길 바라지도 않고,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실제로 이시영은 운동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몇 분 동안 곰곰이 말을 되씹곤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시영이 밝힌 복싱팀 입단 이유는 이렇다.
“팀에서 아주 큰 뜻으로 저를 받아준 거죠. 와…. 정말 영광이에요. 물론 (한참 뜸을 들인 뒤) 매니저는 암울해 해요. 솔직히 운동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싶은 게 저의 심정이에요. 이해할 수 있나요?”
그러면서 이시영은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인 ‘얼굴 다칠까봐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만의 생각을 차근차근 꺼냈다.
“복싱을 시작하고 나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죠.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문이 턱턱 막혀요. 물론 ‘걱정돼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을 다른 (복싱)선수들의 얼굴이 떠올라요. 여자 선수들이라면 저처럼 다 똑같은 걱정을 하겠죠. 저만 특별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걱정이 안 된다고도 할 수 없어요. 그러면 영화 관계자들은 저를 또 어떻게 생각할까요. 휴….”
두 가지 분야에서 겪는 갈등은 깊어지지만 이시영은 목표는 잊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목표는 더욱 견고해진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일이다. 이시영의 실력은 지난해 12월 제66회 전국아마추어복싱 선수권대회 겸 2013 복싱 국가대표 1차 선발전 48㎏ 이하급 준우승을 차지하며 확실하게 입증됐다. 전부터 운동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인천시청으로부터 꾸준히 입단 제의를 받아둔 터였다. 오른쪽 정강이뼈 부상으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이시영은 다리가 낫는 대로 훈련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제부터는 연기자 이시영의 이야기다.
이시영은 팬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스타로 유명하다. 여배우로서는 드문 경우다. 이시영이 팬들과의 모임에서 무려 새벽 5시까지 맥주 파티를 벌인 일화는 온라인에서 유명하다. 팬들을 ‘정예부대’라고 칭하는 이시영은 “이제는 숫자도 몇 명 남지 않아서 더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 유학을 떠난 남성 팬과 영상 통화로 송별회를 했을 정도로 팬 친화력이 단단하다.
“팬들과 지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기사로도 나왔잖아요. 팬들이 미안해하기에 제가 그랬죠. ‘괜찮아 이제 너희 안 만나면 돼’ 하하! 가끔 팬들이 촬영장으로 밥차를 보내거나 스태프들 몫까지 챙겨서 선물을 보내오면 걱정부터 들어요. 팬클럽 숫자도 적은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들었을까.”
사람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이시영은 그 스스럼없는 성격을 서서히 연기에서도 녹여내고 있다. 지난해 출연한 KBS 2TV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가 시작이었다. “그 전에도 주인공 타이틀은 달았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건 처음이었다”는 이시영은 개봉을 앞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역시 같은 마음이 연결된 작품이라고 했다. 이 영화는 연애 숙맥인 보나(이시영)가 우연히 ‘연애 비법’이 담긴 비디오를 손에 넣은 뒤 ‘퀸카’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으로서 책임감, 현장이 주는 짜릿한 느낌을 처음 알았어요. 비슷한 로맨틱 코미디를 거부해요. 대부분 공식이 비슷하잖아요. 여주인공이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 그래서 때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영화는 달라요. 한 번도 볼 수 없던 독특한 장르라고 할까.”
이시영은 5월에 주연을 맡은 또 다른 영화 <이야기>도 공개한다. 이번에는 공포 장르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여배우의 분주한 연기 활동이다. 이렇게 이시영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연기자로 성장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