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으로 바뀐 전훈
▲ 전남 드래곤즈가 태국 전지훈련지에서 연습경기를 펼치고 있다. 현지 기온은 27~33℃로 훈련을 하기에 적당하다. |
전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이 몰아치고 있다. 당연히 기업들은 몸을 사린다. 무조건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많다. 아무래도 스포츠단이 입는 타격이 크다. 기업이나 지자체의 홍보 수단으로 주로 스포츠단이 활용돼 왔기 때문에 살림살이를 크게 줄여야 한다.
그러다보니 든든한 모기업을 등에 업은 구단들도, 여러 중소기업들을 끌어들여 스폰서를 받는 소규모 구단들도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국이다. 하지만 명색이 프로 구단인데, 전지훈련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전지훈련에서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외국인 선수들을 잘 스카우트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다못해 가까운 지역이라도 떠나야 훈련 분위기도 전환하고, 새로운 틀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한때 중국과 일본이 각광을 받았다. 그런데 제반 여건에 따라 딱히 메리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구단들이 많아졌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시차도 없지만 그게 끝이다. 대개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따스한 기후를 가진 미야자키, 구마모토, 가고시마 등 규슈 지방의 도시들이나 최남단 섬인 오키나와가 선호되지만 마땅한 연습상대를 구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수원 삼성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오키나와에 훈련 캠프를 차리려고 했지만 당초 연습 경기를 하기로 한 일본 J리그 클럽의 일정 변경으로 인해 가고시마로 행선지를 바꾸게 됐다.
중국은 한때 쿤밍이 인기가 많았다. 해발 고도가 높아 주로 체력 훈련 위주의 담금질을 하곤 했다. 그러나 기온이 한국의 차가운 겨울과 큰 차이가 없고 훈련 시설도 좋지 못하다. 더욱이 연습경기 상대마저 구하기 어렵다. 어렵사리 확보했다고 해도 중국 클럽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워낙 거칠어 오히려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잦다. 당연히 꺼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훈련장을 대여하고, 연습경기 상대를 구하는 일, 현지 호텔 비용과 식대 등 체류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 과정에서 나온 대안이 동남아 지역이다. 실제로 대전 시티즌이 2007년 말 베트남 호치민시(市) 인근의 빈둥을 찾았고, 포항 스틸러스는 작년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둘 모두 이유가 있었다. 대전이 빈둥을 방문한 것은 지자체 홍보 차원에서 마련된 베트남 현지 클럽, 브라질 클럽 등이 참가한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함이었고, 포항의 인도네시아행에는 모기업 포스코의 해외 플랜트(공장)의 영향이 컸다.
# 동남아행 이유
▲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경남 FC. 사진출처=경남 FC 홈페이지 |
그런데 올해는 동남아행의 이유가 조금 달라졌다. 전남도 포항과 마찬가지로 포스코 산하 프로구단이지만 태국에는 공장이 없다. 경남과 부산 역시 딱히 스폰서나 기업 홍보 차원의 방문이 아닌 자발적인 선택이 많았다.
물론 속사정은 제각각이다. 전남은 오직 훈련 또 훈련이다. 6차례 연습경기 스케줄을 잡았지만 그중 딱 한 경기만이 태국 현지 프로팀과의 평가전이다. 나머지는 용인시청이나 국내 대학팀 등과의 대진이 잡혔다. 전남 하석주 감독은 “난 연습경기를 많이 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대와의 대진을 하는 것보다는 자체 게임을 하는 편이 낫다. 손발을 맞추고, 부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경남과 부산은 역시 실전 위주의 스케줄을 짰다. 국제 대회 출전이다. 부산은 촌부리컵에 출전하고, 경남도 지자체 차원에서 마련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부산은 한술 더 떠 연휴에 맞춰 홍콩으로 이동, 구정컵으로 불리는 국제 대회에 출전해 2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사실 동남아의 훈련 여건도 크게 나쁘지 않다. 그라운드가 일명 떡 잔디로 불리는 큰 잎의 잔디로 덮여있는 경우가 많아 한국과 비슷한 일본 및 중국의 잔디와 크게 다르지만 그 외에 나쁠 게 없다. 물가도 싸고, 적절한 더위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몸을 만드는 데 더 없이 좋다는 평가다.
특히 이들 구단들이 태국을 찾는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의 현지 기후는 섭씨 27도에서 33도로 상당히 좋은 편이다. 우기도 아니기 때문에 비 맞을 걱정도 덜 수 있다. 음식이 다소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선수단 휴일에 맞춰 동남아 특유의 이색적인 풍광을 지닌 관광지까지 방문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전남 선수단도 태국의 환경에 상당히 만족하는 분위기다. 경남에서 전남으로 이적한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는 “숙소에 딸린 실외 수영장에서 피로도 풀고, 적절한 더위로 컨디션을 조절하기 그만이다. 잔디가 국내와 다르긴 한데, 어차피 실전 위주가 아니라서 문제될 것은 딱히 없다”고 설명했다.
방콕=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선호하는 전훈지는 ‘국내서 1차 일본서 2차’ 대세
물론 전지훈련지가 한 곳으로 통일된 건 아니다. 국내에서 혹독한 일정을 마쳤거나 미국령 괌에서 1차 훈련을 끝낸 팀들은 상당수 일본으로 떠난다. 전자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성남 일화, 대전 시티즌 등이고 후자는 수원 삼성-울산 현대-인천 유나이티드-FC 서울 등이다. 행선지 또한 비슷비슷해 ‘영원한 라이벌’ 서울과 수원이 나란히 가고시마를 찾고 울산은 미야자키, 인천은 기타큐슈를 방문한다. 유럽으로 향한 팀들도 있다. 동유럽 클럽들이 대거 방문해 언제든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포항과 대구가 훈련을 한다. 당초 경남은 사이프러스로 떠나려 했지만 방콕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아메리카 대륙에도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이 있다. 강원FC는 미국 LA로 가고, 전북 현대는 모기업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브라질 상파울루로 떠났다. 항공기 왕복 시간만 만 하루에 달해도 효과는 충분하다. 그래도 K리그 클래식은 다르다. 2부 리그인 K리그 구단들에게 해외 전지훈련은 거의 그림의 떡일 뿐이다. 고양과 광주만이 각각 중남미 온두라스-콜롬비아-에콰도르-베네수엘라 등 4개국 자선 투어와 일본을 향했을 뿐 대부분은 국내에서 장소만 바꿔가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