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임창용. 현재 팀에서 재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애리조나 메사에 위치한 시카고 컵스 스프링캠프를 찾았다. 한적한 교외에 자리잡은 캠프엔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캠프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캠프가 시작하려면 열흘 정도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수술 이후 재활 중인 선수들이 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잠시 구장 내 재활센터를 돌아보고 있을 즈음 임창용을 만났다. 임창용은 반가운 표정으로 “어떻게 오셨냐”고 묻고는 “현재 이곳에서 팀 트레이너의 지도로 재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창용은 지난해 12월 18일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한국과 일본야구계는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그가 37세의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과 일본에서 받던 연봉의 10분의 1을 받고 미국행을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임창용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일본을 떠났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른 일본 팀에 갈 수 있었다. 임창용도 “야쿠르트와 결별했을 때 다른 일본 팀이 ‘우리 팀에 오라’고 했다”며 “적지 않은 금액을 제시한 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 팀들의 구애를 미련 없이 뿌리쳤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일본에서 5년을 뛰었다. 뛸 만큼 뛰었고, 해볼 것도 다 해봤다. 무엇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열심히 뛴다는 게 어느 순간부터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을 떠나 미국 무대에 도전하기로 했다.”
임창용이 이처럼 일본 프로야구에 회의를 느낀 건 야쿠르트 코칭스태프와의 불화 때문이다. 2010시즌이 끝나고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임창용은 그해 여러 팀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 야쿠르트와의 계약이 끝난 터라, 홀가분하게 다른 팀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자신이 어려울 때 기회를 제공한 야쿠르트와 가족같은 팀 동료들과의 의리를 지키려고 야쿠르트 잔류를 선언했다. 야쿠르트도 그런 임창용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줬다.
그러나 양측의 관계는 지난 시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사연은 이렇다. 시즌 전 임창용은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을 하지 못한 채 2군에 내려갔다. 신임 오가와 준지 감독은 그런 임창용에게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몸을 만들어라. 넌 우리 팀 마무리니 부상에서만 회복하면 바로 1군으로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임창용이 부상에서 회복하자 오가와 감독은 외면으로 일관했다.
임창용을 1군에 부르지도 않았고, 5월 말이 돼서야 1군으로 불렀다. 당시 임창용의 보직은 패전처리 투수였다. 당시 오가와 감독은 “임창용의 몸 상태를 충분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패전처리 투수 기용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임창용은 원래 보직인 마무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임창용은 오가와 감독의 투수 운영법을 납득하기 어려웠고, 작은 불만이 싹트면서 투구 밸런스도 무너졌다. 팀 내에서도 “연봉 3억 5000만 엔의 임창용을 어째서 지고 있는 경기에 등판시키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임창용은 마음이 떠난 상황에서 투구를 지속하다 결국 팔꿈치를 다쳤다.
재미난 건 야쿠르트의 태도였다. 임창용의 높은 몸값에 부담을 느끼던 야쿠르트는 팔꿈치 수술이 결정되자 기다렸다는 듯 재계약 불가를 선언했다. 2010년 재계약 당시 임창용에게 의리를 내세우며 잔류를 애원하던 태도와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임창용은 “프로의 세계는 다 그런 것”이라며 “야쿠르트를 떠날 때 팀 동료들이 눈물을 흘리며 배웅해줘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마무리 경쟁’하던 후지카와 규지와 한솥밥 “캠프엔 안오고 골프장서 만나ㅋㅋ” 두 투수는 올 시즌 나란히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며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일본 시절 ‘초특급 마무리’로 불렸던 후지카와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취득하고서 친정팀 한신 타이거스를 떠나 미국 무대 도전을 선언했다. 당시 후지카와를 잡으려고 3개 이상의 메이저리그 팀들이 달라붙었다. 치열한 쟁탈전 끝에 후지카와는 2년간 950만 달러(약 103억 원)를 제시한 컵스 제안을 받아들였다. 임창용 역시 일본에서 뛸 때 ‘야쿠르트의 수호신’으로 불리며 후지카와와 함께 센트럴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꼽혔다. 그러나 미국 진출 시 대우는 너무나 달랐다. 지난해 12월 임창용은 계약금 10만 달러(약 1억 700만 원)와 마이너리그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컵스와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 후지카와보다 9.5배나 낮은 몸값이었다. 참고로 지난해 임창용의 연봉은 3억 5000만 엔, 후지카와는 4억 엔으로 5000만 엔 차이였다. 그러나 임창용의 눈빛에서 실망하는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임창용은 “나처럼 팔꿈치 수술 이후 재활 중인 투수에게 큰돈을 안길 메이저리그 팀은 없다”며 “후지카와가 얼마를 받고 컵스에 입단했든 그건 나하고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애초 두 선수는 컵스 캠프에 조기 합류해 몸을 만들 예정이었다. 임창용은 약속대로 재활센터에 입소해 몸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임창용은 “후지카와를 구장에서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엉뚱한 곳에서 봤다”며 크게 웃었다. “캠프 휴식일에 골프를 치러갔다. 한창 코스를 도는데 누군가 뒤에서 ‘임상! 임상!’하고 불렀다. 뒤를 돌아봤더니 카트에서 내린 후지카와가 내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고 있었다. 둘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서 ‘올 시즌 잘해보자’며 덕담을 나눴다. 그날 후지카와가 ‘내일부터 캠프에 들어오겠다’고 했는데,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