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는 얼마 전 고인이 된 인물의 성정체성을 발설해 구설수에 올랐다.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
논란이 이어지자 이 패션지는 홈페이지에서 인터뷰를 삭제하고 “이정재가 오해받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공인들이 사실을 벗어난 허위기사와 댓글 속에서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종사하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옮겨졌다. 검증되지 않은 숱한 연예계 X파일을 보면 특정 연예인이 게이 혹은 레즈비언이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커밍아웃 1호 연예인 홍석천. 일요신문DB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 중에는 분명 동성애자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동성애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홍석천의 사례를 통해 잘 알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성적 소수자에게 관대하지 않다.
데뷔 후 10년이 넘었지만 별다른 스캔들 하나 없었던 가수 A와 B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는 업계에 파다하다. 물론 그들이 동성애자라 단정 지을 순 없다. A의 한 측근은 “A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는 나도 많이 들었다. 그동안 A가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동성애자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대단한 무례이기 때문에 모른 척한다. 그게 예의다”고 말했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연예계이기 때문에 함부로 성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의견과는 달리 연예계는 상대적으로 동성애자에게 관대한 곳으로 통한다. 해외에서는 커밍아웃하는 연예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듯 문화를 다루는 연예계는 상대적으로 성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이들도 많은 편이다.
게다가 연예계는 프라이빗한 삶이 가능한 곳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상 일반인들과 어울리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점점 더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공간으로 파고들며 대인 접촉을 피하는 만큼 성정체성 역시 함께 지켜질 때가 많다. 스캔들이 치명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는 문화가 잘 형성되는 것 또한 성적 소수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가끔은 이런 폐쇄성이 소문을 키우기도 한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연예인의 경우 스캔들이 없어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제는 한 여자의 남편이 된 서경석-이윤석이 대표적이다. 연예계에 함께 데뷔 후 콤비로 활동하던 두 사람은 ‘사귄다’는 오해를 받은 적이 많다.
서경석과 이윤석. 사진제공=MBC
로커 김경호 역시 데뷔 후 게이설이 끊이지 않았다. 웬만한 여성 못지않은 미성과 고운 외모의 소유자인 데다 언행 역시 여성스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994년 데뷔 이후 20년간 스캔들 한번 제대로 난 적이 없으니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김경호는 지난해 스스로 일본인 여성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씻어냈다.
왼쪽부터 김경호, 정엽.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이런 루머의 양도 많아졌고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누군가가 자신의 목격담이라고 글을 올리면 삽시간에 인터넷 상에 퍼져나간다. 물론 그 사이 수많은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때문에 요즘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며 ‘역(逆) 커밍아웃’을 선언하는 연예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 정엽은 한 방송에 출연해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 이런 얘기는 민감하고 조심스럽지만 모든 사람이 사랑에 있어서는 경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여자를 많이 좋아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솔로로 지냈지만 그전까지 연애를 쉬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이며 자신의 성정체성을 분명히 주지시켰다.
얼마 전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일본 연예인 초난강이 “데뷔 이래 스캔들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있다. 난 동성애자가 아닌데”라고 고백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동성애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스스로 성정체성을 밝히는 것이 용인되는 시대가 된 것도 최근이다. 여전히 제약이 있지만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Tip - 커밍아웃과 아웃팅 커밍아웃(coming out)은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말한다. 아웃팅(outing)은 반대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혀지는 것을 일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