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3선발 자리를 놓고 그보다 몸값이 훨씬 높은 다른 다섯 명의 실력파 투수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새로운 팀과 새로운 리그. 얼핏 보면 추신수, 류현진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맞이하는 그들의 입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류현진에게 시범경기는 연습이 아닌 실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류현진은 커쇼와 그레인키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세 자리를 놓고 다른 다섯 명의 투수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산 132승의 조쉬 베켓을 포함, 다섯 선수의 메이저리그 통산 평균 승수는 103.2승에 달하며, 도합 31번의 10승 이상 시즌을 기록한 실력파 선수들이다. 무엇보다 류현진한테 없는 풍부한 경험을 지닌 투수들이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포스팅비 포함 6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는 사실 역시 그의 선발 입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6년간 3600만 달러에 계약한 류현진이지만, 올 시즌 그의 연봉은 333만 달러에 불과하다. 베켓(1575만), 빌링슬리(1100만), 릴리(1100만)는 물론 하랑(700만), 카푸아노(600만)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야구를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메이저리그임을 감안하면,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목을 맬 이유는 전혀 없는 셈이다.
또한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한 다저스는, 올 시즌 양키스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연봉 총액을 기록함으로서 월드시리즈 우승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팀이다. 늘어나는 연봉 총액만큼 기다림의 여유가 줄어든다는 점은 그간 양키스의 예에서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다저스가 매팅리 감독의 계약 연장에 관한 옵션 실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매팅리 감독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발휘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저스의 류현진 영입 이유에는 장기적인 플랜도 포함돼 있다. 이에 메이저리그에서 아무런 검증이 되지 않은 류현진에게 올 시즌 당장 주어질 기회는 생각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류현진에게 시범경기가 단순 몸 풀기 형식의 가벼운 등판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추신수의 시계추는 4월 2일 LA 에인절스와의 개막전에 맞춰져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외야수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은 추신수에게, 시범경기는 개막전을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에 불과하다. 이미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추신수는, 시범경기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끝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스타 반열에 올라선 추신수에게 주어진 류현진에게는 없는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설령 추신수가 중견수 적응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해도, 7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으며 3할 20-20이 가능한 선수를 벤치에 앉히는 것이 그 대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신시내티에는 추신수를 제외하고는 1번 타자를 소화할 선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며, 올 시즌 신시내티 제4의 외야수로 활약할 크리스 하이지는 공격력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신시내티행으로 인해 신시내티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드류 스텁스는, 한때 신시내티 팀 내 유망주 순위 3위에 올랐던 선수다. 비록 데뷔 이후 공격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팀을 떠났지만, 지난 3년 연속 30도루 이상을 기록한 빠른 발과, 견고한 수비를 비롯한 운동 능력은 대단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온 선수였다. 지난해에는 불과 .277의 출루율로 30도루를 달성한 만큼, 공격력이 조금만 뒷받침 된다면 40 혹은 50도루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추신수보다 두 살이나 어리며 이제 갓 연봉조정신청 1년차에 접어드는 스텁스를 올 시즌 후 FA 자격을 갖추게 되는 추신수와 트레이드했다는 점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신시내티의 추신수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또 다른 대목이다. 이미 올 시즌 신시내티 라인업의 한 자리를 차지한 추신수가, 시범경기 성적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들이다.
이렇듯 시범경기를 맞이하는 두 선수의 입장은 사뭇 다른 상황이다. 프로 데뷔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프로야구 최고 투수 반열에 올라선 류현진은, 이제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치열한 세계에서 7년 전 그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야 한다. 반면 지난 2000년 19세의 나이로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온갖 고생 끝에 어느덧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팀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애리조나=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아빠, 힘내세요~ 응원 온 가족들 막내딸 소희 양과 철망 사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팅 훈련장 뒤쪽에 설치된 간이 스탠드에 자리를 잡은 가족들은, 추신수의 훈련 장면을 바라보며 올 시즌 그의 선전을 염원하는 모습이었다. 추신수는 막내딸 소희 양과 철망 사이로 손을 맞잡으며 애정을 과시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추신수의 동료들은 처음 훈련장을 방문한 가족들에게 찾아가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베이커 감독은 하원미 씨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른팔에 가족들의 문신을 새겨 넣을 만큼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추신수. 어쩌면 올 시즌은 그의 야구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트레이드로 인한 부담과 FA를 앞둔 압박감이 그를 괴롭히겠지만, 가족들의 응원이 있어 한결 편안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