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서 다들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한결 편안하게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애리조나 굿이어 볼파크 신시내티 캠프에서 추신수를 만났다.
―얼마 전 월트 자케티 신시내티 단장이 ‘추신수 영입은 잃어버렸던 퍼즐 한 조각을 찾은 기분’이라는 표현을 했다. 한마디로 기대가 많다는 얘기인데, 소감이 어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신시내티가 보강한 선수들을 봤을 때 주전 라인업 9명 중에는 유일하게 내가 포함됐고, 나머지는 백업 멤버들이다. 날 데려오기 위해 신시내티의 유망주 2명을 포기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분명 부담은 존재하지만, 난 내가 하던 대로 할 것이다. 신시내티를 위해 특별히 변화를 주는 것은 없다. 팀도, 감독님도 나한테 주문했던 게, 원래 하던 대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일부러 큰 변화를 주려다 자칫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 야구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신시내티 팀 분위기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일단 캠프 분위기는 인디언스 때보다 훨씬 좋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97승65패로 정상에 오른 강호답게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가한다. 거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도, 엄청난 성적을 일군 선수들도 있지만, 잘난 척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솔직히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됐다고 했을 때 내심 1위 팀의 분위기가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나름 기대를 안고 들어갔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전 팀과 차이가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선수들과는 많이 친해졌나?
▲클리블랜드는 아메리칸리그이고, 신시내티는 내셔널리그라 서로 맞붙는 경기 수가 많지는 않지만 시즌 중에는 상대팀 선수로 만났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훈련 첫 날부터 서로 농담도 하고 사적인 얘기도 주고받는 등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2루수를 보는 2번타자 브랜든 필립스는 날 보자마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거론하며 ‘말춤’을 출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라.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했을 때는 빅리그 경험이 많지 않던 상황이고, 자리 다툼을 벌이는 처지라 눈치를 보면서 생활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걱정도 없고, 다들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한결 편안하게 훈련하고 있다.
―신시내티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시카고 컵스 시절 최희섭과도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나한테도 먼저 희섭이 형 안부를 묻더라. 희섭이 형이 시카고 컵스 시절, 수비를 보다가 뇌진탕을 당한 그 때 베이커 감독이 컵스 감독이었다고 한다. 베이커 감독은 카리스마가 강한 듯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려 노력하신다. 여느 감독보다 나와는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신시내티 타순이 1번부터 6번까지 막강 화력을 자랑한다고 평가한다.
▲직접 경험한 신시내티 타순은 정말 대단하다. 조이 보토, 브랜든 필립스, 제이 브루스 등등 흠잡을 데가 없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베이커 감독이 날 1번에 기용하려 한 것도 이런 타순을 활발하게 움직여줄 수 있도록 물꼬를 터달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내 입장에선 뒷 타선이 막강하기 때문에 타점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추신수의 신시내티 합류를 가장 반가워한 선수가 있다고 들었다. 바로 선발투수 브론슨 아로요다. 클리블랜드 시절 아로요의 천적 아니었나.
▲그동안 아로요와 15차례 투타 맞대결에서 14타수 8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특히 안타 8개 중 4개가 홈런이고 3개가 2루타로 장타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아로요는 캠프에서 날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너 때문에 평균자책점의 0.5는 낮아질 것”이라고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얘기도 자꾸 하게 되면 아로요가 기분 나빠질 것이다. 앞으로는 내셔널리그에서 아로요 같은 천적을 만들어야겠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우승 반지다. 메이저리그 인생 중 가장 해보고 싶은 게 우승이 아닐까 싶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올해 개인성적보다는 팀 성적에 비중을 둬 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전에는 내가 잘 해야 팀도 살아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못해도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부담을 털고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추신수에게 올 시즌 30(홈런)-30(도루)가 가능한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추신수는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숫자라고 표현했다. 올 시즌을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을 것이라고 말하는 추신수의 ‘대박’ 행진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