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왼쪽). 그의 마피아 패션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른쪽은 모리 요시로 전 총리. AP/연합뉴스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58)는 새로운 정권을 출범하면서 92대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73)를 부총리 겸 재무상에 내정했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일찌감치 ‘아베 지지’를 선언, 새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바야흐로 아소 부총리는 이번 정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 셈이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 것 같다. 2008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총리’의 자리에 올라서고 싶어 하는 것. <주간문춘>에 따르면 그는 “아베의 건강이 상당히 나쁘다. 고질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이미 약을 듣지 않고 있다. 최근 아베의 얼굴이 부어있는 것이 그 증거다”는 말을 측근 의원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러한 아소 부총리의 ‘진단’을 증명이라도 하듯 얼마 전 TV로 방송된 국회심의에서도 해프닝이 발생했다. 야당 의원이 질의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퇴석해 몇 분 후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의원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총리에게 퇴석한 이유를 추궁하는 것이 당연하나 질의한 야당 의원 역시 지극히 일상적인 일처럼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화장실에 다녀온 게 아니겠냐는 추측에서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6년 9월, 만 52세의 나이로 전후 최연소 총리에 올랐으나 정확히 1년 만에 건강 악화를 호소한 끝에 스스로 사임했다. 사임 이유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당시 그는 엄청난 복통에 시달려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변기가 새빨갛게 물들 정도로 다량의 하혈을 하기도 했다.
6년이 지나 총리에 재등극한 아베는 신약으로 지병을 치료했다며 건강에 자신을 보이고 있지만,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혹시 지병이 재발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 그가 앓고 있는 궤양성 대장염은 난치병으로 분류된다. 스트레스로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경우도 상당해 아베 총리가 빡빡한 스케줄과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지 의문시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나는 아베처럼 총선거에서 힘들게 싸우고 싶지 않다. 지금은 아베에게 힘을 보태고, 아베의 건강이 악화돼 사임하게 되면 그때는 부총리인 내 차례다. 아베의 건강은 좋지 않다. 내 차례가 반드시 온다.” 평소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아소 부총리는 비공식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주간문춘>은 오프레코드 발언의 진의에 대해 아소 부총리 측에 취재요청을 했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올해 73세인 아소 부총리. 만약 아베 정권이 길어지면, 그의 ‘총리 재등극’ 기회는 멀어지게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다 해도 사실상 지금의 입지로는 어렵다. 어쩌면 부총리의 자리가 마지막 ‘찬스’일지 모른다. 한 정치저널리스트는 “아소 부총리는 처음부터 아베 정권의 충신이 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면서 “아베 총리에게 재무상 취임 제의를 받았을 때 아소는 고사했으며, 타협으로 내세운 것이 총리대행을 수행할 수 있는 부총리 겸임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소에게 더 큰 야망이 있음을 시사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는 일본 명문가 출신으로 자민당의 대표적 극우파다. 그의 증조부인 아소 다키치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강제 징용으로 악명 높았던 ‘아소탄광’의 창업주로 이를 밑천 삼아 큰돈을 벌었다. 외조부인 요시다 시게루와 장인인 스즈키 젠코는 총리를 지냈으며, 부친인 아소 다카키치도 후쿠오카 중의원이었다.
특히 아소 부총리는 일본 우월주의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했다”, “일왕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죽고 싶은 노인은 빨리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망언을 해 구설에 오른 전력도 있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아소 부총리가 ‘아베 내각이 단명으로 끝나고, 내가 총리에 재등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평소 아소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간문춘>은 아소 부총리의 근황에 대해 파벌 확대에 적극적이라고 전하면서, 자민당 내에서는 아소 부총리가 ‘포스트 아베’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총선거 직전 12명이었던 ‘아소 파’는 최근 34명으로 급증해 자민당 내 주요 파벌로 부상했다. 혹시 모를 총재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 베테랑 의원은 “4년 전 정권교체를 허용한 사람이 바로, 아소 다로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너무 들떠 있으면 그의 단골 망언이 나와 구설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아소 다로 패션 화제 “마피아 같다” 딸마저 비난 ‘갱 스타일’의 아소 부총리가 프린팅된 티셔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도 그는 같은 패션이었다. 세련된 클래식 스타일의 ‘국제 신사’ 이미지를 목표로 한 것 같지만, 주위의 평가는 혹평 일색이다. 심지어 영국에서 유학 중인 그의 딸은 “마피아 같으니까 그런 패션은 당장 그만 두라”는 메일을 보내오기까지 했다. 이러한 아소 부총리의 패션에 대해 한 지인은 “머리 뒷부분의 탈모를 감추기 위한 이유도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건 화제성에서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아소 부총리의 패션이 프린팅된 티셔츠가 판매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