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스프링 캠프에서 이강철 코치가 김병현의 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작년에 우연히 이 코치님을 뵈었을 때, 우스갯소리로 ‘언제 한번 같이 야구해보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이렇게 빨리 현실로 이뤄질 줄 몰랐다. 나로선 이 코치님이 우리 팀에 오신 게 행운이나 마찬가지다. 언더핸드 투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내 문제점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셨고, 그걸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해주신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이런 조언이 절실했다. 지금에서야 나한테 맞는 가르침을 받고 있고, 조금씩 변화를 이루면서 감을 찾아가다보니 야구하는 시간들이 아주 행복하다.”
김병현은 이강철 코치와 함께하는 훈련을 통해 기본적인 투구폼을 바꿔 나갔고, 변화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욕심 같아선 이 코치를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것.
“이 코치님 덕분에 야구를 다시 배우는 기분이다. 이런 방법을 4, 5년 전에 알았더라면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웃음).”
이 코치는 김병현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갖고 있었다. 자신을 믿고 인정해준 부분 때문이다.
“병현이는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걸 버리고 내가 제시한 방법을 따랐다. 병현이의 강점은 다이내믹한 움직임으로 마운드에서 강하고 부드러움을 공존시키는 부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으로만 투구하는 병현이를 볼 수 있었다. 상체 위주의 투구는 나이가 먹을수록 제구도 안 되고 구속이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난 기존의 투구폼을 버리고 하체 위주의 피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투구폼을 바꾸느라 상당히 고전했지만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을 찾은 것 같다. 병현이가 날 인정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병현은 이에 대해 “작년에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나왔다. 그런데 상체 위주로 던지다보니 내가 갖고 있는 힘보다 더 오버해서 쓰게 됐다”면서 “그로 인해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고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 문제점을 이 코치님께서 정확히 꿰뚫고 방법을 제시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 코치가 강조한 또 하나는 볼배합이었다. 강약조절을 잘해야 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고, 투구수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12일 롯데전에서 김병현은 4이닝 동안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19일 SK전에서는 5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이전 등판보다는 아쉬운 기록을 보였지만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즉 볼 허용이 줄어들다 보니 투구수가 줄어들었던 것.
이 코치 또한 투구 내용에 흡족한 반응을 나타냈다.
“KIA 코치 시절, 외국인선수를 알아보러 미국에 갔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김병현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힘보다 밸런스를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었다. 병현이가 당시에 못했던 걸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큰 모양이다. 일찍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부분을.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병현이가 분명 달라질 것이고, 좋은 투수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김병현도 지난해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며 환한 웃음을 보인다.
“작은 소원이 있다면 내가 던지는 모습을 나도, 보는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는 피칭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점차 좋아질 거라 확신한다. 내 공이 가는 게 눈으로 보일 때가 가장 좋았다. 그걸 찾으려다보니 자꾸 오버를 했다. 지금은 내가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를 모색했고, 변화하는 가운데서 희망을 봤다. 시즌을 앞두고 이렇게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시즌이 기다려진다.”
이 코치는 김병현이 잃어버린 부드러움과 강함을 제대로 찾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구위가 안정되면서 템포가 빨라지고, 적절한 볼배합이 이뤄지면서 자신의 공에 신뢰를 갖는 김병현의 마지막 숙제는 부드러움과 강함의 공존을 되찾는 것이라고.
“병현이는 선수로서, 또 인간적으로 매력이 많은 친구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선수인 만큼, 자기 몫을 해낼 것이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병현이는 지금보다는 시즌 중반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좋아질 것이다.”
넥센의 수석코치인 이 코치는 김병현을 맡게 되면서 자신이 마치 김병현 전담 코치가 된 듯한 시선 때문에 약간은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병현이가 워낙 급하다보니 캠프 때부터 항상 붙어 있게 되는데, 다른 선수들이 오해하지 말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김병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염경엽 감독이 말릴 정도로 훈련에 올인하는지도 모른다.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닌다. 내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아이를 보면서 왜 내가 야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올해는 투구하는 내 모습을 보며 웃고 싶다.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 같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