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앞에 당면한 과제는 결코 적지 않다. 국내 무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타자들을 상대해야 하며 나흘 휴식 후 등판과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체력문제 그리고 공인구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류현진한테는 시즌 초반 연착륙이 대단히 중요하다.
시즌 초반이 중요한 것은 일단 다저스의 팀 상황과 맞물려 있다. 올 시즌 다저스의 연봉 총액은 2억 2000만 달러를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다저스는 양키스를 제치고 연봉 총액 1위에 오르게 됐을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에 있어 가장 높은 연봉 총액을 기록하게 됐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고서야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매팅리 감독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데 있다. 2011년부터 3년 계약을 맺은 매팅리 감독은 올 시즌 계약기간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다. 이에 지난 1월 구단 측에 1년 연장 계약의 옵션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구단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부임 이후 아직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이루지 못한 매팅리 감독을 압박할 카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높은 연봉 총액을 기록한 팀과 계약 기간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감독에게 무한한 인내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 다저스의 물량공세가 최근 3년간 2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점 또한 다저스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매팅리 감독
실제 지난 2007년 일본인 투수 이가와 게이는 포스팅비 포함 4년간 총액 약 4600만 달러에 양키스에 입단했으나, 첫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63을 기록한 뒤 트리플 A로 강등되고 말았다. 이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첫 시즌에 12경기 선발로 나서는데 그친 이가와는, 데뷔 첫해를 2승 3패 6.25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후 남은 3년의 계약 기간 동안 이가와는 별 다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메이저리그에서 단 4이닝만을 더 소화한 채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앞서도 언급했듯 다저스에는 류현진의 대체 자원이 풍부하다는 데 있다.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며 개막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불투명했던 그레인키는, 당초 기대했던 샌프란시스코와의 개막 3연전에는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이어지는 피츠버그와의 3연전에서는 등판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시범경기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카푸아노와 하랑, 릴리 모두 언제든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초반 호투를 통해 미국 언론의 의심을 잠재워 놓을 수 있다면, 그들도 보다 긴 호흡으로 류현진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다저스는 개막 후 33경기 중 21경기를 같은 지구내의 팀과 펼치게 된다. 류현진은 아직까지 시범경기에서 같은 지구의 팀들과 한 차례도 맞붙지 않고 있으며, 4월 중순 밀워키와의 3연전을 제외하면 류현진은 모든 타자들과 첫 만남을 갖게 된다. 투수와 타자가 처음 상대하는 경우 승부에 있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투수가 다소 유리하다는 게 중론임을 감안하면, 시즌 초반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로 사용될 수도 하다. 이래저래 시즌 초반이 중요한 류현진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