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주포 이동국(왼쪽)이 광저우 에버그란데 김영권(맨 오른쪽)의 집중 봉쇄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이날 승부는 1 대 1 무승부로 끝났다. 연합뉴스
요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취재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국 축구에 새로운 위기감이 엄습했다. 아시아 각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주축 멤버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 탓이다. 풍성한 이적료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클럽들에 안겨주고 새로운 출발을 한 한국 선수들은 이제는 적의 입장에서 친정 팀, 또는 한국 프로팀 전체에 비수를 꽂기 위해 스탠바이하고 있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한 일이다. 보낼 때는 재정 확충 등 분명 각 팀 나름의 입장이 있었을 터. 하지만 마냥 웃으면서 바라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한국 축구다. 최근 한국 프로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맹위를 떨쳤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 축구를 노리는 한국 선수들. 이 아이러니한 아시아 축구계 상황을 짚어봤다.
한국 축구에 큰 돈을 안겨주고 떠난 한국 선수들이 역습을 해온다. 기존 용병 쿼터 3장에 아시아쿼터(AFC 가맹국 소속 선수) 한 장이 더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벌써 아시아 국가 곳곳에 한국 선수들이 고루 분포돼 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K리그 클래식 팀들은 모두 4개. 지난 시즌 한국 프로축구를 평정한 ‘디펜딩 챔피언’ FC서울과 정규리그 2위 전북 현대, FA컵 정상을 밟은 포항 스틸러스, 정규리그 4위 수원 삼성이다. 조별리그 2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이들 4개 구단들의 상황은 장밋빛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승7무의 초라한 성적표를 떠안았다. 유일하게 승점 3을 딴 곳은 서울이다. 나머지 3개 팀들은 홈과 원정에서 2경기 연속 무승부를 챙기며 불안한 스타트를 뗐다.
그런데 묘한 상황에 처했다. 아시아 쿼터로 새 인생을 개척한 한국 선수들과 만나고 있는 탓이다. 당장 챔피언스리그 F조에 속한 전북부터 피해를 봤다. 3월 1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격돌한 전북은 한국 국가대표팀 핵심 수비수인 김영권에게 혹독히 시달렸다. 팀 내 주포인 이동국이 김영권의 집중 봉쇄에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시종 밀리며 간신히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국가대표팀 주장 곽태휘가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 이적 계약서에 사인하는 모습.
수원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H조에서 일본 J리그를 대표해 가시와 레이솔이 수원과 순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도 국가대표 수비수가 떡 버티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나름 좋은 활약을 펼친 오른쪽 풀백 김창수다. 특히 수원의 주 공격 루트가 왼쪽 측면이기 때문에 김창수가 출전한다면 끊임없는 한국 더비가 펼쳐질 전망이다.
한때 축구 불모지로 기피 대상이었던 중동 축구 무대엔 무려 6명이나 뛰고 있다. 카타르 스타스리그가 핵심이다. 레퀴야에는 한국 대표팀 측면 공격수 남태희가 있고, 알 라이얀에는 2010남아공월드컵에 나섰던 중앙 수비수 조용형이 뛰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자지라에도 과거 포항에서 활약했던 신형민이 존재한다. 역시 카타르 리그의 알 자이시에는 지난 시즌 울산 현대를 정상으로 이끈 준척 미드필더 고슬기가 활약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예외는 아니다. 알 샤밥에는 역시 현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울산의 전 주장 곽태휘가, 알 힐랄에는 공격수 유병수가 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곽태휘의 알 샤밥과 신형민의 알 자지라, 고슬기의 알 자이시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에서 자웅을 겨루고 D조에서 유병수의 알 샤밥과 조용형의 알 라이얀이 서아시아판 ‘코리안 더비’를 펼쳐야 한다는 사실 정도다. D조야 알 샤밥-알 라이얀이 나란히 조 1~2위 자격으로 16강 라운드에 오를 수 있겠지만 A조에서는 결국 한 팀은 탈락의 쓴잔을 들어야 한다.
여기에 동남아시아도 주목해야 한다. 그중에서 태국을 빼놓을 수 없다. 전북은 올해 챔피언스리그 개막전이었던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 원정을 가졌는데, 그곳에도 한국 선수 김유진이 뛰고 있었다. 결과는 2-2 무승부. 종료 직전까지 2-1로 리드하던 전북에 치명적인 동점골을 안긴 주인공도 김유진이라 광저우전까지 충격은 배가 됐다.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부메랑까지 얻어맞은 형국이었다. 이래저래 피곤해진 K리그 클래식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다시 뭉친 최강희호 따로국밥 대표팀? 오해야 오해! 지난해 카타르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 모습. 특히 최강희 감독은 때 아닌 ‘편애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애제자 이동국을 대표팀에 포함시키고, 박주영을 제외시키면서 그런 시선들이 있었지만 최 감독은 “대표팀 명단 발표 전날에 코치들과 회의를 통해 (박주영의 제외를) 결정했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선수들은 “지금 대표팀은 전혀 문제없다. 불화도 없다. 일부 실수가 있었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뿐,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파와 국내파가 갈리지 않느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그건 오히려 외부에서 갈라놓은 구분일 뿐 팀 내에서는 그런 말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대표팀의 최고 화제는 구자철의 결혼 소식이었다. 제주 출신 여성과의 결혼설 기사가 나간 후 구자철에게 직접 확인하려 했지만,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구자철이 아닌 기성용. 기성용이 결혼설을 ‘설’이 아닌 ‘사실’이라고 얘기해줬던 것. 기성용은 그날 자신의 SNS에 ‘자철아,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라는 글을 올려 더욱 화제를 모았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