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버저비터였다. 천안함 침몰 3주기로 우울한 하루를 보낸 3월 26일, 대한민국 축구 역시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그 상황에서 교체 투입된 손흥민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안개가 자욱했던 한국은 브라질로 가는 길에 다시 햇살이 비췄다.
26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서 대한민국이 2대 1로 승리했다.
거듭되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의 집중 수비를 뚫지 못한 채 지리한 공방전을 이어가던 한국 국가대표팀은 후반 15분 이근호의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앞서갔다. 그렇지만 기쁨도 잠시, 카타르는 3분 뒤 첫 골의 기쁨으로 한국 선수들이 잠시 긴장을 늦춘 사이 칼판 이브라힘이 동점골을 집어넣은 것.
MBC 중계 화면 캡쳐
다시 지리한 공방전은 다시 이어졌고 경기는 1대 1 무승부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5분의 인저리 타임은 오히려 카타르가 더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안타까운 무승부가 결정되는 분위기에서 손흥민이 버저 비터를 터뜨렸다.
이동국의 날린 회심의 슈팅이 안타깝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지만 골문 앞에 있던 손흥민이 침착하게 카타르 골문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미 인저리 타임 5분도 다 지난 상황에서 손흥민이 극적인 결승골을 성공시킨 것.
후반 35분에서야 이근호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손흥민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분여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와 기술을 바탕으로 경기 분위기를 조금씩 변화시켰고 결국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경기장에선 벤치에서 대기 중인 손흥민의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쏟아져 나올 만큼 손흥민은 절정의 인기를 자랑했다. 아직 국가대표에선 큰 활약을 선보이진 못했지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유럽 축구계가 주목하는 신예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카타르전에서 결승골을 집어넣으며 이제 국가대표 팀에서도 서서히 에이스의 자리로 올라서고 있는 분위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