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인 카타르전이 열리기 전 기자들의 관심은 베스트 11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HJ’의 실체를 놓고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는 기성용이 경기 후 과연 자신의 열애설에 대해 입을 열 것인지의 여부였다. 축구화에 새긴 ‘HJSY24’란 이니셜로 인해 촉발된 ‘HJ’에 대한 관심은 그 대상이 이전 열애설이 나돌았던 배우 한혜진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상태였다.
기성용은 ‘HJ’ 이니셜에 대해 끝내 함구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0월 월드컵 3차 예선에서 기성용. 일요신문DB
그러나 항간에서는 기성용의 어린시절 이름이 ‘희주’였고, 나중에 기성용 아버지 기성옥 씨가 ‘성용’이란 이름으로 바꾼 것에 착안, 자신의 이름 ‘희주’와 ‘성용’을 스완지시티 등번호 ‘24’와 나란히 새겨 놓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에 나타난 기성용은 이전과 달리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 아무 말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평소 경기 후에 만나는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던 터라 그의 행동은 또 다시 다양한 시나리오를 양산해내며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았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최고 핫이슈였던 기성용의 ‘HJ’ 논란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터진 ‘손세이널’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로 화제의 중심축이 옮겨갔다.
올시즌 분데스리가에서 9골을 넣었으나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손흥민의 결승골이라 그 여운은 매우 깊고 진했다.
“그동안 대표팀에 합류할 때마다 좋지 않은 여론에 위축된 나머지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펼친 게 사실이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나름 오기가 생겼는데 중요한 상황에서 골이 터져 정말 기분 좋다.”
손흥민의 극적인 역전골로 27일 카타르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0월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손흥민. 일요신문DB
그러나 손흥민은 카타르전에서의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일약 대표팀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손흥민은 투입 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나타냈다.
“나도 선수이다 보니 다른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가급적 빨리 들어가서 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10분 남겨 놓고라도 투입이 된 데 대해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제대로 ‘멘붕’을 겪었던 선수는 곽태휘였다.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카타르전 출전이 불투명했던 그가 기적처럼 부상에서 회복했고 풀타임을 소화했던 것.
경기 후 만난 곽태휘 에이전트인 오앤디 김양희 사장은 “원래 태휘의 부상은 8주 진단이 나왔었다. 소속팀에서 아픈 걸 참고 뛰다가 대표팀에 합류한 후에 상태가 심각해지자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였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만 세 곳을 돌아다녔다. 그래도 똑같이 이번 카타르전에는 뛸 수 없는 몸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초음파 상으로 나타난 곽태휘의 허벅지 부상은 4주 동안 꼼짝하지 않고 휴식을 취해야 하며 남은 4주 동안에는 재활에 들어가야 이후 정상적인 몸놀림이 가능한 상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표팀에 남아 트레이너와 함께 물리치료를 받으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곽태휘. 오랜 경험상 몸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걸 감지한 그는 지난 22일 고양에서 펼쳐진 대표팀 자체 평가전에 모습을 드러냈고 풀타임 소화 후 다시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초음파 상에서는 더 이상의 허벅지 부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희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8주 진단을 받은 사람이 일주일 만에 완치가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곽태휘를 진료했던 의사들은 ‘이건 도저히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며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최강희 감독 또한 곽태휘의 믿을 수 없는 회복 속도에 “혹시 경기 안 뛰려고 오진 들고 온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을 정도로 곽태휘의 회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적’이었다.
김양희 사장은 “마치 이영표 선수가 2002년 월드컵 당시, 부상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해 경기에 뛰었던 것처럼 곽태휘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이라면서 “선수도 자신의 몸인데도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