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는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석사 학위를 반납하며 사과하는 모습으로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 지난달 25일 KBS2 드라마 <직장의 신> 제작발표회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김혜수는 지난 2001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논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관한 연구’의 표절사실을 일찌감치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석사 학위까지 반납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반면 김미경과 김미화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07년 2월 김미경이 쓴 석사 학위논문 ‘남녀평등 의식에 기반을 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의 효과성 분석’은 일부 각주를 다는 과정에서 재인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김미경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학계의 기준에 맞추지 못한 것은 실수였지만 양심까지 함부로 팔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미화의 입장도 비슷하다. 2011년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제출한 석사 논문 ‘연예인 평판이 방송 연출자의 진행자 선정에 미치는 영향’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자 “이론적 배경을 정리하는 과정에 외국학자들 이론을 일부 재인용한 부분 중, 그 이론을 인용했던 한국학자의 이름을 함께 표기했어야 하는바, 일부는 그러한 형식절차를 따랐지만 일부는 한국학자의 글귀를 옮김으로서 연구자로서의 도리를 지키지 못한 점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미화는 “강호동·유재석 씨를 대상으로 한 논문을 쓴 사람은 내가 처음이자 유일하다고 생각한다”며 “창의적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나름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형식상의 문제는 인정하지만 논문 자체의 표절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김미경과 김미화는 각각 자신이 진행하던 케이블채널 tvN <김미경쇼>와 CBS 표준FM <김미화의 여러분>에서 하차했다. 방법론의 문제를 떠나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책임진다는 자세다.
논문 표절 논란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항간에 몇몇 매체들이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연예인들의 논문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각 기획사 내부적으로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 소속 연예인들의 논문이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미지 타격을 넘어 활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석사 논문이 드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혜수는 표절 사실을 인정하며 “12년 전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 썼던 논문이라 인용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표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학계 관계자들은 이 대목에서 “많은 석사 학위 취득자들이 찔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사 학위와 달리 석사 학위 취득은 학업적인 목적보다는 개인의 스펙을 쌓는 과정으로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사 학위 취득자 중에는 생업과 대학원 수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쓸 때도 ‘올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왼쪽부터 김미화, 김미경
한 대학원 관계자는 “공부 자체보다는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학력 쌓기와 자신의 이력서 한 줄을 더 채우는 데 관심을 갖거나 인맥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논문 표절 논란 역시 캐다 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게다가 연예인들은 학력을 생업에 활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학력이 높다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 사건에 휘말렸을 경우 사회적 여파가 큰 연예인들을 겨냥한 논문 표절 논란이 ‘표적 취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연예인은 유명인이라는 지위 덕분에 같은 학력을 가진 이들에 비해 ‘좋은 자리’를 맡게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 일명 ‘SKY’ 출신이 많지만 연예계에서는 특히 ‘SKY’와 같은 고학력이 중요 홍보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간강사는 “대학 강단에 서려면 통상 석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하다. 이를 취득한 연예인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임용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학교 홍보에도 좋고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학위를 학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그들이 정당한 방식으로 학위를 취득했는지 여부는 확인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강사는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더 큰 굴레를 짊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신 그들은 유명인이기 때문에 평소 남들보다 더 큰 혜택을 받지 않느냐”며 “이번 논문 표절 논란이 특정 몇몇 유명인에 대한 표적 공격이라기보다는 석사 학위 취득을 쉽게 생각하는 학계와 대학원생 모두에게 경종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