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은 뒤에도 그를 목격했다는 증언은 수없이 많다.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여러 경험들 중 가장 인상적인 건 마치 그가 부활한 예수처럼 나타났던 광경이었다. 그 목격자는 잭 매튜스. 프레슬리의 대저택 그레이스랜드가 있던 멤피스가 고향이며, 가수가 되기 전의 프레슬리처럼 트럭을 운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생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던 도중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있을 때 도로 근처 덤불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어둠 속이었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그는 멤피스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매튜스는 히치하이커를 차에 태웠다. 1980년 12월, 엘비스가 죽은 지 3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히치하이커는 자신도 과거에 트럭 운전사였고 지금은 여러 대의 캐딜락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참고로 엘비스는 캐딜락을 수집했다. 매튜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말이 잘 통하는 걸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과거에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했던 얘기를 털어놓았다. 낯선 청년은 자신도 과거에 진통제와 수면제로 매우 고통스러웠다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멤피스가 점점 가까워오자 불빛이 밝아졌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그 남자의 얼굴이 조금씩 명확하게 눈에 들어왔고, 매튜스는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느꼈다. 그레이스랜드 근처의 엘비스 프레슬리 대로에 내려달라는 그에게 매튜스는 “난 잭이라고 합니다”라며 작별 인사를 하자 그는 말했다. “전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엘비스는 어떤 영혼과도 같은 존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베스 카펜터라는 여성의 애절한 사연은 대표적이다. 이혼 후 두 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살던 싱글맘이었던 그녀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났던 어느 건달 같은 남자 때문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다.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자 남자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베스의 부모마저 이젠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며 딸에게 차갑게 대했다. 결국 홀로 아이를 낳아야 했던 베스는 갑작스러운 진통으로 위급 상황에 처했고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다. 잘못하면 산모와 아기 모두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가운데 그녀는 누군가를 보았다, 평안한 모습으로 베스를 바라보고 있던 엘비스였다. 그는 윙크까지 하며 이렇게 말했다. “베스, 긴장 풀고 걱정 말아요. 내가 여기 곁에 있을게요.” 그녀는 순산할 수 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엘비스의 모습은 없었다. 마치 수호천사처럼, 그는 그녀를 도운 후 사라진 것이다.
엘비스의 도움으로 가출한 아들을 찾은 경찰관의 이야기도 있다. 해럴드 웰치의 막내아들 토니는 마리화나와 알코올에 빠진 고등학교 2학년의 틴에이저였다. 엘비스에 빠져 지내던 아이는 LA로 가 엔터테이너가 되겠다며 가출했다. 이때 해럴드의 꿈에 엘비스가 나타나 자신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어느 하숙집에 토니가 묵고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장면이 바뀐 꿈속에서 해럴드는 엘비스와 함께 어느 거리를 걷고 있었다. 모퉁이에 약국이 있고, 길 건너편에 패스트푸드점이 있는 한적한 거리였다. 해럴드는 역시 경찰인 장남과 함께 LA로 향했고, 꿈속에서 봤던 거리 근처의 2층으로 된 어느 하숙집에서 아들을 발견했다. 놀라운 건 아들도 엘비스 꿈을 꾸었다는 사실. 엘비스는 토니에게 “머지않아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엘비스에 대한 초자연적 현상을 끊임없이 줄을 잇는다. 어느 광적인 엘비스 팬은 엘비스가 죽던 날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LP 레코드가 녹아내리는 걸 목격했다. 어느 노부부 팬은 엘비스가 죽던 날 자신들이 모았던 엘비스 기념품들이 바닥에 떨어져 모두 부서진 걸 경험했다.
1970년대 초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일하며 엘비스와 이따금씩 파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제니스 맥마이클이라는 여성은 엘비스에게서 선물로 받은 재킷 이야기를 전했다. 엘비스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재킷은 자꾸 벽장 옷걸이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러다녔고,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사를 가기 위해 짐을 꾸리던 어느 날 재킷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걸 발견했고 그날 밤 꿈에 엘비스가 나타났다. 그들은 과거 파티에서 만났을 때 죽음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이. 엘비스는 재킷을 통해 제니스와 만나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는 말을 전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후 엘비스 경험담’들이 있었고 아예 이런 현상만을 담은 몇 권의 책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다면 엘비스만이 이런 현상의 주인공일까? 여기서 빠져선 안 될 인물이 있다면 바로 제임스 딘이다. 엘비스와 마찬가지로 제임스 딘도, 아직 미국인들이 그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스타다. 다음 주엔 제임스 딘의 사후 이야기를 해보겠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