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 역시 프로야구의 일부이며 야구의 본가 미국에선 벤치클리어링이 메이저리그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벤치클리어링처럼 선수가 부상까지 당할 정도라면 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LA 다저스 우완 잭 그레인키가 1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벌어진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왼쪽 쇄골 골절상을 당한 잭 그레인키는 부상 회복에 빨라야 6월 말 정도가 돼야 그라운드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당연히 그 여파는 LA 다저스 전체, 특히 투수진에 크게 미칠 전망이다. 우선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은 지금과 같은 제2 선발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사실 류현진은 잭 그레인키가 제2 선발로 가면서 제 3선발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계속 제2 선발 자리를 유지하게 된 부분은 상당히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 까닭은 제1 선발 커쇼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으로 분류되는 왼손 투수라는 점이다. 류현진은 이미 왼손투수 커쇼의 공에 어느 정도 적응된 상대팀 타선을 맞아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또한 상대팀 제2 선발 투수와 맞붙어야 한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제2 선발은 준 에이스 급 투수들이다.
반면 다른 투수들에겐 잭 그레인키의 부상이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과 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던 이들에겐 호재다.
우선 불펜에서 뛰고 있는 크리스 카푸아노는 선발진에 합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푸아노는 지난 시즌 12승에 탈삼진 162개를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다승과 탈삼진 모두 팀내에서 2위에 오르며 제2 선발급 활약을 보였다. 그렇지만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불펜으로 밀렸다.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으로 시즌 개막을 맞이한 카푸아노에겐 그레인키의 부상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선발 경쟁자였던 테드 릴리는 현재 마이너리그에 내려가 있다.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9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릴리는 베테랑 선발 투수다. 다만 지난 해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5승을 올리는 데 그친 릴리는 올 시즌에도 여전히 예전 기량과는 거리가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베테랑 선발 투수인 릴리 역시 이번 그레인키의 부상으로 새로운 역할과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경쟁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그만큼 류현진에게 부담이다. 그레인키가 다시 돌아왔을 무렵 류현진은 이들과 다시 한 번 경쟁을 벌여야 한다. 만약 그레인키가 돌아왔을 무렵 그를 대신해온 선발투수보다 류현진이 더 좋지 못한 성적을 보기고 있을 경우 마이너리그로 밀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