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의 일본 각료들과 중·참의원들이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망언 대열에 합류했다.
망언 대열에 합류한 아베 총리. tv 조선 뉴스 캡처.
아베 총리는 23일 참의원 답변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 어느 쪽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침략 역사를 부정한 것이다.
또한 아베 총리는 “일본 헌법은 점령군에 의해 만들어졌다”면서 “일본 국민이 항구적 평화를 염원한다는 헌법 전문은 국민의 안전과 목숨을 타국의 선의에 맡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994년 나가노 시게노 법무장관은 언론인터뷰에서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틀렸다”고 말해 양국 관계가 급랭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나가노 장관은 물러났고, 당시 하타 스토무 총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사과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후 일본은 1995년 과거사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고, 이후 일본 정부는 이를 '계승'한다고 천명해왔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침략 전쟁을 부인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일본 우익 보수층에게는 일반화된 것이기는 하다. 그러다 일국의 총리가 이러한 '망언'을 한 것에 대해 국제 사회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아베가 식민지배 과거사를 분칠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무서울 만큼 우익 성향인 (아베) 내각은 이 지역에 나쁜 징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각료의 언동을 포함해 자제를 요청”했고, 마이니치 신문도 “북한문제에 대한 한·중과의 연대를 어렵게 해 일본 국익을 손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침략 전쟁의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베 내각의 역사 인식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과 행동을 크게 우려한다”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중일 우호의원연맹 소속 일본 의원들의 면담도 거부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