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오른쪽)이 3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선평가 중간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홍 간사. 박은숙 기자
<일요신문>은 지난 4월 초 1090·1091, 두 호에 걸쳐 ‘유니폼 계약 논란’과 ‘유세차 계약 비리 의혹’ 등 민주당의 대선자금 집행 과정에서의 의혹들에 대해 단독 보도한 바 있다. 1091호 기사를 통해서는 대선자금검증단장을 맡고 있는 문병호 의원이 직접 “위의 모든 의혹을 포함해 민주당의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조만간 최종 결과 보고서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해당 기사 취재 당시 본지의 최종 결과 보고서 공개 요청에 문 의원은 “4월 18일, 비대위 회의 후 최종 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며 “발표 직후 <일요신문>과 인터뷰 하겠다”고 공개 의사를 분명히 피력했다. 하지만 문 의원은 약속 당일 오전께 돌연 “다른 사안이 급해서 보고서 공개 사안 논의가 차주 월요일로 미뤄졌다”며 석연찮게 돌아섰다.
그리고 문 의원이 공개를 약속한 지난 22일. 문 의원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 비대위 회의가 끝나고 바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회의만 끝나면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나온 문 의원은 돌연 “비대위에서 대선자금 검증 보고서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날 의원실에서 만난 문 의원은 “5·4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지난 대선평가위 보고서처럼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비대위에서 비공개를 결정했다”며 “당 내부에서 공개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사실 언론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특정 정치인의 유착관계, 비리 등 소위 말하는 섹시한(?) 내용은 없다. 단지 추측만 있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3일 <조선일보>가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일부 내용을 보도해 파문이 커졌다. 보도 내용은 크게 세 가지 골자였다. 앞서 <일요신문>이 단독 보도한 ‘유니폼 계약 논란’과 ‘유세차 계약 비리 의혹’, 그리고 ‘광고 대행업체 선정 과정 속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담고 있었다. 여기에는 한동안 말이 많았던 친노 인사 등의 개입도 등장했다. 특정인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문 의원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24일 <일요신문>은 문 의원에게 재차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그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번 대선자금 검증 보고서 비공개 결정이 되레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선평가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 내부에서는 이미 대선자금 문제를 아킬레스건으로 생각했다”며 “사실상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공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동안 논란이 됐던 대선평가위 보고서에는 친노 책임론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정작 민감한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의문을 야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애초 대선평가위와는 교통정리를 한 상황”이라며 “대선자금에 관해서는 우리 검증단이 전적으로 맡아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자와 통화한 김재홍 전 대선평가위 간사위원(경기대 교수) 역시 “대선평가위는 대선자금 문제에 관해서는 건들지도 않았다”며 문 의원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대선 평가위 보고서가 공개된 마당에 그 핵심 부록격인 ‘대선자금 검증 보고서’ 역시 연이어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앞서의 대선평가위 참여인사는 “결국 ‘대선자금 검증’이라는 중요 평가 항목이 아예 빠짐으로써 민주당의 전체적인 대선 평가는 ‘앙꼬 없는 찐빵’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병호 의원은 기자와의 만남 말미에 “향후 비대위 내부에서 뒷말이 없도록 보고서 공개를 다시 한 번 논의해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민주당 선관위는 지난 24일 당대표나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에게 공문을 돌려 “5·4전대에 대선자금 보고서를 이용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