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시즌 초반 놀라운 성적을 내는 등 지난해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추신수가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사실이다. 2011년 6월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조나단 산체스의 89마일(143km) 직구에 맞아 왼 엄지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바 있는 추신수는, 이후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개막 4경기째 만에 골절상을 입었던 손가락 근처에 또 다시 공을 맞기도 했다. 추신수가 움츠러들수록 상대 투수들은 더욱 집요하게 몸 쪽으로 파고들었다.
스스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추신수는 지난 오프시즌 동안 정신과 치료를 통해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에서 탈피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막 첫 5경기에서 4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던 추신수는 ‘공에 맞아 부상을 입는다면 그 또한 내 운명이다’라는 말로 몸 쪽 공에 대해 초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추신수에게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문제점은 지나치게 몸 쪽 공을 의식하는 부분이 스스로 강점을 보이는 바깥쪽 승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면서 몸 쪽과 바깥쪽 승부 모두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몸 쪽 공의 두려움을 떨쳐내면서 자연스레 좌투수 공략에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추신수는 좌투수를 상대로 데뷔 이후 가장 낮은 .199의 타율에 그친 바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자신의 통산 기록과 일치하는 .250을 기록하고 있으며, 출루율은 무려 .438에 달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은 몰린 볼카운트에서 떨어지는 공에 대한 대처가 향상된 점이다. 지난해 추신수는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서 상대의 변화구에 속절없이 삼진을 당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0-2 이후 승부에서 .150의 타율을 기록한 추신수는 올 시즌 같은 상황에서 .333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도 지난해 23.8%에서 올 시즌 20.4%까지 떨어뜨렸으며, 이는 풀 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상대의 유인구를 골라내며 볼 카운트의 균형을 맞춘 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추신수는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신수는 올 시즌 상대 투수의 실투를 그냥 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코스의 추신수의 타율은 .392로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무려 .583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가운데 낮은 코스의 공을 때려냈을 때의 타율은 .800이다. 몸 쪽과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가 모두 가능한 가운데 실투마저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추신수에게는 운도 따르고 있다. 4월 24일까지 추신수의 BABIP는 무려 .473다.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중의 하나인 BABIP는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의 약자로 말 그대로 인플레이로 이어진 타구의 타율을 계산하는 용어다. BABIP는 특정 선수의 미래 성적을 예측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BABIP가 비이상적으로 높을 경우 운이 많이 따른 것으로 간주해 향후 성적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는 식이다.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 동료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올 시즌 추신수의 BABIP가 높게 나오는 것은 땅볼 타구의 안타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추신수는 땅볼 타구시 타율 .400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의 .225에 비해 1할 7푼 이상 높아졌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추신수의 땅볼 타구가 내야 수비를 절묘하게 피해 다니며 안타가 되고 있거나, 아니면 땅볼 타구의 질이 지난해보다 훨씬 높아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추신수의 땅볼 타구의 질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추신수는 올 시즌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면서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가 유연해진 상황이다. 추신수가 가장 좋지 않을 때 빈번하게 나오는 타구는, 몸 쪽을 의식한 나머지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성 볼을 무리하게 잡아당겨 평범한 2루 땅볼이 나오는 경우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 같은 평범한 2루 땅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렇다 해도 내야수들을 통과해야 하는 땅볼 타구는 분명 플라이볼이나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비해 안타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분명 ‘운’이라는 요소도 현재까지는 추신수의 편인 셈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FA 앞둔 추신수 몸값은 6년 1110억 이상도 가능 추신수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흔히 말하는 ‘FA로이드’가 발동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후 추신수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최근 이뤄진 외야수들의 FA 계약을 통해 추신수의 몸값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지난 오프시즌 외야수 가운데 최대어로 꼽힌 B.J. 업튼은 5년간 7525만 달러(약 840억 원)에 애틀랜타와 계약을 맺었다. 추신수와 같은 중견수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업튼은, 올해까지 통산 .253의 타율과 120홈런 45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업튼이 추신수와 비교해 나은 점은 두 살 어린 나이와 장타력, 그리고 도루 개수 정도다. 지난 5년 연속 30도루 이상을 기록한 스피드는 분명 추신수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홈런 수에서 추신수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으며, 정확성과 출루율 면에서는 추신수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업튼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할 5푼 이하의 타율을 기록했으며, FA를 앞둔 지난해 그의 출루율은 3할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298였다. 4년간 5600만 달러(약 630억 원)의 계약을 맺은 닉 스위셔도 비교 대상이다. 스위셔는 통산 타율 .256 211홈런 68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통산 도루가 12개에 불과할 만큼 빠른 발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8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장타력과 수준급의 선구안을 바탕으로 통산 출루율 .367을 기록하고 있다. 스위셔는 당초 6년 이상의 계약 규모를 원했지만, 34살의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예상보다 적은 금액에 사인해야 했다. 일단 올 시즌 후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 가운데 대어급 외야수가 많지 않다는 점은 추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올 시즌 후 FA 자격을 갖추는 외야수 가운데 눈에 띄는 선수는 제이코비 엘스버리(보스턴), 커티슨 그랜더슨(뉴욕 양키스), 넬슨 크루즈(텍사스), 헌터 펜스(샌프란시스코) 정도다. 그랜더슨은 시범 경기 첫 타석에서 손목에 골절상을 입고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으며, 2011년 MVP급 활약을 펼친 엘스버리는 지난해 부상 이후 주춤하는 모양새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추신수가 신시내티에 남을 수 있을지의 여부다. 추신수의 놀라운 상승세와 더불어 내년 시즌 신시내티의 중견수 자리를 예약한 것처럼 보였던 빌리 해밀턴의 성장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현지에서도 추신수의 잔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신시내티의 재정 상황을 보면 추신수의 잔류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애당초 빅 마켓 구단과는 거리가 먼 신시내티는, 2011년 조이 보토와 12년간 2억 4650만 달러(약 2750억 원)의 장기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브랜든 필립스와 6년간 7200만 달러(약 805억 원)의 연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3할 타율과 20-20, 그리고 4할대의 출루율을 기록할 수만 있다면 추신수의 몸값은 최소 B.J. 업튼의 몸값 이상이 될 것 이라는 게 중론이다. 6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체결한다면 1억 달러(약 1110억 원) 이상의 규모도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추신수가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팀 전력이 탄탄한 신시내티에 남길 원할 경우, 구단의 재정 유동성을 감안해 어느 정도의 디스카운트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