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저스는 현재 투·타에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이 이어지며 분위기 반전을 위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WBC 결승전에서 헨리 라미레즈가 당한 손가락 부상은 불운의 시작에 불과했으며, 시즌 초반 답답한 타선 속에서도 그나마 제 몫을 해주던 마크 엘리스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제외되면서 다저스 타선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선발 투수진의 부상 이탈은 재앙 수준이다. 시즌 전만 해도 8명의 선발 투수가 경합을 벌였지만, 하랑을 시애틀로 트레이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레인키·빌링슬리·카푸아노·릴리가 연쇄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지난달 12일 샌디에이고전 쿠엔틴과의 충돌로 쇄골 부상을 당한 잭 그레인키의 전력 이탈은 다저스 추락의 결정적인 분기점이 됐으며, 빌링슬리는 팔꿈치 부상으로 올 시즌을 완전히 마감하게 됐다.
대체 선발로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스테판 파이프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다저스는 더블 A에서 활약하던 맷 매길로 선발진의 구멍을 메워야 했다. 시즌 전만 해도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조시 베켓은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하고 있으며, 설상가상 지난 14일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며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다저스 선발진 가운데 유이하게 제 몫을 해내는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 뿐이다.
타선의 부진도 심각하다. 18일까지 올 시즌 다저스의 팀 타율은 .261로 내셔널리그 4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경기당 팀 평균 득점은 3.48점으로 리그 14위에 머물러있다. 다저스의 득점력은 팀 타율 .230의 워싱턴보다도 낮은 득점력이며, 다저스 밑에는 올 시즌 최악의 팀으로 꼽히고 있는 마이애미만이 있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다저스의 득점력 빈곤은 득점권 상황에서의 부진에 있다. 주자만 나가면 얼어붙는 다저스 타선은 올 시즌 득점권 .229의 타율로 리그 11위에 머물러 있다. 장타율은 세인트루이스의 득점권 팀 타율 .327에도 미치지 못하는 .298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OPS 부문에서는 29위에 그치고 있다. 좀처럼 터지지 않는 적시타 속에 팀 홈런수도 28개로 리그 14위에 그치면서 답답한 경기 내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왼쪽부터 잭 그레인키, 마크 엘리스, 헨리 라미레즈
17승 23패를 기록하고 있는 다저스에게 아직도 122경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6개 지구 우승 팀의 평균 승수는 94.3승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다저스는 지구 우승을 위해서는 남은 경기에서 78승 44패(.639)를 기록해야 한다. 와일드카드 4팀으로 기준을 낮춰도 76승을 거둬야 한다. 더군다나 같은 지구에는 지난 3년간 2차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가 버티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에 다저스는 올스타 휴식기 이전까지의 성적이 대단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7월 초까지 최소 5할 승부를 맞춰놔야 후반기 대반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일정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다저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18일 기준 5할 승률 이상 팀과 36경기, 5할 승률 미만 팀과 18경기를 치르게 된다. 올 시즌 다저스는 5할 승률 미만 팀과의 승부에서 8승 7패를 기록한 반면, 5할 승률 이상 팀과의 승부에서는 9승 16패로 철저히 밀리고 있다. 더군다나 5할 미만 팀과의 16경기에는 필라델피아와 지역 라이벌 LA 에인절스와의 경기도 각각 4경기씩 배정돼 있다.
물론 희망요소는 있다. 타선에서 마크 엘리스의 복귀가 임박했으며, 5월 초 복귀했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헨리 라미레즈 역시 5월 말, 늦어도 6월 초에는 그라운드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언젠가는 살아날 켐프, 이디어와 함께 이들의 합류가 다저스 타선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다저스 타선이 달라질 여지는 충분히 있다.
잭 그레인키의 복귀는 무엇보다 희소식이다. 커쇼-그레인키의 원투펀치는 어느 팀과 대적해도 뒤지지 않으며, 커쇼와 함께 확실한 연패 스토퍼로 활약해줄 수 있는 그의 복귀는 단순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채운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베켓이 떠났지만 그레인키를 필두로 부상 선수들의 복귀도 임박해오고 있다. 다저스의 반격이 언제부터 시작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