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준 초단(왼쪽)이 멍하이허배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사진은 펑리야오 5단과 펼친 예선전.
춘란배, 바이링배에 이어 중국 주최 세 번째 세계대회가 되는 ‘몽백합배, 멍바이허배, 엠릴리배’는 프로-아마 오픈전이고 상금제이며 참가 선수의 국적 제한도 없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60초 초읽기 5회, 덤은 중국룰에 따라 7집반이다. 준결승은 3번기, 결승은 5번기. 결승전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우승 상금은 18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억 2000만 원으로 삼성화재배 우승 상금을 추월했다. 그러나 춘란배처럼 격년제다. 준우승은 60만 위안이고, 본선 64강부터 상금이 있다. 64강-32강-16강-8강 순으로 각 상금이 2만 위안(약 360만 원), 4만 위안, 8만 위안, 16만 위안으로 2배씩 올라가다가 4강은 25만 위안.
중국은 예전에 우리가 정관장배를 개최하다가 중단하자 곧바로 비슷한 형식의 황룡사쌍등배를 만들더니 이번에도 우리 BC카드배가 없어지자 금방 또 ‘몽백합배, 멍바이허배, 엠릴리배’를 내놓았다. 여기서도 ‘짝퉁(?)’, 그런 냄새도 좀 나지만, 비슷비슷한 세계대회가 여러 개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점에서는 일리도 있다. 또 내 것을 만들더라도 다른 사람이 하는 걸 일단 지켜보다가 장단점을 파악하고, 어떤 시행착오가 있는지도 체크한 후 보완된 상품을 내놓는 것이니 나쁠 이유가 없다.
5월 21~24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열린 통합예선에 한국은 프로 66명, 아마 8명, 모두 74명이 참가해(바이링배 때는 87명이 참가했다), 프로에서는 최철한 조한승 강동윤 김승재 주형욱 안성준 김정현 조인선 나현 신민준 등 10명, 아마에서는 오장욱 정승현 이창석 최현재 등 4명, 모두 14명이 본선에 올라갔다. 8명에서 4명을 본선에 올린 아마추어의 성적이 훌륭하다.
멍하이허배 대국장.
중국은 남자 예선 통과 32명, 여자 통과자 3명에 시드를 받은 구리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스웨 판팅위 등 5명과 와일드카드 쿵제를 합해 41명. 중국 아마추어는 없다. 일본은 예선통과는 없고, 시드를 받은 야마시타 게이고, 유키 사토시, 무라카와 다이스케 3명. 이야마 유타가 빠진 것이 의아하다. 일본 국내 타이틀 매치 일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만은 단출하게 2명. 시드 배정자 저우쥔쉰과 당당 여자예선을 통과한, 세계 무대에 선보인 후 등장할 때마다 ‘세계 최고의 미녀기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며 압도적으로 조명을 받는 호주계 헤이자자 5단(19). 그래서 모두 합해 64명이다.
한국에서는 독수리 5형제의 한 사람인 신민준(14)과 연구생에서 나온 후 불굴의 의지로 입단의 관문을 돌파한 조인선 2단(23)이 눈에 띈다. 신민준은 예선결승에서 중국의 펑리야오를 물리쳤고, 조인선은 중국 선수만 3명을 연파했다. 펑리야오 5단(21)은 손꼽히는 신예. 세계대회 단골손님이며 중국 국내 기전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실력이다.
신민준의 본선진출은 깜짝 화제가 되었는데, “첫 판을 부전승하고, 나머지 두 판을 이겨 올라갔다. 겨우 두 판 이긴 걸 갖고 그러는 건 시기상조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렇게 냉정하게만 볼 것도 아니다. 세계대회에 처음 나간 것인데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의젓하게 바둑을 두는 자세가 믿음직스러웠고, 내용도 좋았다. 조인선도 본선에서 잘 싸워 늦깎이 입단의 성공사례를 하나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독수리5형제의 또 다른 멤버 이동훈은 아쉽다. 2회전에서 현 중국 랭킹1위 퉈자시(22)를 꺾어 기염을 토했는데, 결승에서 비슷한 또래인 중국의 커제 4단(16)에게 발목을 잡혔다.
이광구 객원기자
부드러운 남자의 날카로운 수
<1도>는 중원에서 장대한 공중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변 흑1로 막고 백2로 따라간 장면. 백은 이 장대말을 쫓고 있다. 물론 잡힐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세요, 흐름이다. 흑3이 검토실의 격찬을 받은 수. “조한승 일류의 감각이 번뜩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흑이 사는 것만 생각한다면, 보다시피 그냥 흑5, 7로 끼워이으면 간단하다. A와 B가 맞보기. 그러나 백C의 걸침을 허락하는 순간 흑은 집부족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는 것. 우상변 일대에 모양은 있지만, 백D나 백E 같은 수가 남아 있어 아직 집은 아니라는 것. 흑3은 백C를 견제한 것. “그것도 선수로! 백은 4를 생략할 수 없다. 그래서 흑3이 빛나는 한 수였다”는 것이다. 흑7 다음 ….
<2도> 백1, 3으로 추궁해 오면? 흑4로 일단 끊어 잡는다. 백은 5로 넘어가든지 해야 한다. 그러면 흑6, 8로 젖혀잇는 것이 선수. 가령 백9 같은 수로 오면? 흑10으로 끊는다. 흑14에서 백은 응수가 없다. <1도> 백4를 생략하면? <3도> 흑2의 강습이 있다. 이후 어떻게 변화해도 백이 거꾸로 걸리게 된다. 부드러운 남자 조한승의 감각은 그야말로 천의무봉인 것.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