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배우가 있다. 혜성처럼 등장해 주목받던 영화의 여주인공이 됐다. 신인이 갑작스럽게 등장해 여주인공이 돼 엄청난 관심을 받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그렇지만 유독 이 여배우에게 관심이 집중된 까닭은 바로 하나의 루머 때문이다.
루머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그 영화의 제작이 결정된 뒤 제작자와 감독 등 영화 주요 관계자들이 잘해보자는 의미로 술자리를 가졌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룸살롱이었는데 바로 그날 해당 감독의 파트너로 들어온 여성이 바로 그 여배우였다는 것. 파트너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감독은 그 여성에게 배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제작자 등도 좋을 것 같다며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사실 술자리에 동석한 이들 대부분은 이를 농담 정도로 여겼지만 그 감독은 실제로 그 여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제작자 등이 깜짝 놀랐지만 그 감독은 캐스팅을 밀어붙였다는 게 그 루머의 주된 내용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루머는 과거엔 흔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루머에 시달린 여자 연예인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벌써 10년 가까이 이런 루머가 연예계에서 들려오지 않고 있다. 요즘에는 유흥업소 접대여성들이 연예인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논현동 소재의 한 풀살롱 업소 관계자의 얘기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이야 많죠. 아니 여기서 일하면서도 여기저기 오디션 보러 다니는 애들도 많고 연예인 되려다 잘 안 돼 이 바닥에 온 애들도 많은걸요. 유명한 감독이나 잘 알려진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손님으로 오면 서로 그 룸에 들어가려고 난리가 날 정도예요.”
오히려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연예관계자들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연예기획사 총괄 이사의 말이다.
“인터넷이 결정적이었죠. 그쪽에서 일하다 연예인이 되면 관련 소문이 끊이질 않아요. 요즘엔 연예인 한 명 만드는 데 투자금이 엄청나요. 어렵게 데려와 큰돈 투자해서 연예인으로 만들어놨는데 그런 소문이 나돌면 말 그대로 한 방에 가죠. 게다가 요즘처럼 스마트폰에 SNS까지 넘쳐나는 세상에선 금방 소문이 돌 수밖에 없어요. 그런 데서 일하는 모습이 누군가의 휴대폰에 찍혀 있지 말라는 법도 없고요. 과거엔 연예인 시킬 만한 애들을 구하기 힘들어 그런 데서 일하는 애들 가운데 괜찮아 보이는 애들을 연예인 시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해요. 여학교 앞에서 캐스팅 매니저들이 하교하는 학생들을 길거리 캐스팅하던 시절이잖아요. 요즘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연예인 할 만한 애들을 찾는 방법이 훨씬 많아졌죠.”
유흥업소 접대여성들의 눈이 높아지고 정보가 많아진 것도 큰 이유라고 한다. 당연한 현상이지만 술값이 비싼 텐프로 등 고급 유흥업소에는 더 빼어난 접대여성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최상급 텐프로로 구분되는 곳에서 일하는 접대여성들은 손님층 역시 사회 상류층이라 연예인이 될지라도 관련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제한된 이들만이 그들이 손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최상급 텐프로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어지간해선 연예인 데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역삼동 소재의 한 텐프로 마담의 얘기다.
“데리고 있던 애들이 연예인 데뷔 제안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잘 모르는 연예기획사라며 이상한 사람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사실 이름이 알려진 대형 연예기획사에선 우리 애들한테 별 관심이 없죠. 대신 조금 작은 회사에선 종종 관심을 보이는데, 우리 애들은 연예인 시켜준다며 사기 치는 사람이 아닐까 겁내는 거죠. 그런 나쁜 사람들도 많거든요. 예전에 그런 적도 있었어요. 어떤 사람이 내가 데리고 있던 애한테 영화를 제작하는 데 거기 주조연급으로 출연시켜 준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도 모르는 사람이고 해서 사기 치는 줄 알았죠. 그런데 나중에 정말 그런 영화가 개봉을 하고 대박까지 났더라고요.”
금전적인 이유도 있다. 최상급 텐프로에서 일하는 접대 여성들은 상당히 많은 돈을 번다. 연예인으로 데뷔해 잘 안 풀린 이들이 오히려 돈을 벌기 위해 텐프로 등으로 오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데뷔하는 나이도 문제가 된다. 청담동에서 바를 운영하는 한 여사장은 과거 유명 룸살롱 여러 곳에서 마담으로 활동했던 유흥업계 유명 인사다. 그는 실제로 몇 년 전 데리고 있던 접대여성 가운데 한 명을 연예인으로 데뷔시켜주기 위해 유명 연예관계자에게 직접 부탁을 했었다고 한다.
“참 애가 괜찮았어요. 얼굴이랑 몸매도 좋고 노래도 잘하고 성격도 참 좋은 아이였죠. 같이 일하다 친해지고 정도 많이 들어 이쪽 일을 계속 하기보다는 연예인을 하면 괜찮겠다싶어 잘 아는 연예관계자에게 부탁을 했죠. 그랬더니 나이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예요. 요즘엔 어지간해선 10대에 데뷔하고 늦어도 20대 초반에 데뷔해야 한다는 데 그 애는 20대 중반을 넘긴 나이였거든요.”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