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호곤, 귀네슈, 마르티노.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란전을 끝으로 대표팀 사령탑에서 내려올 전망이다. 일각에선 “최 감독 체제로 브라질에 간다”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자신을 ‘예선용’으로 한정 지은 최 감독 본인의 의지가 워낙 완고했기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욱이 6월 초를 기점으로 최 감독이 대표팀 부임 직전 몸담았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북 현대가 대대적인 복귀 환영 행사까지 준비한다는 첩보가 입수되면서 대표팀 사령탑 연임 루머는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모호한 태도다. 정 회장이 참석하는 공식 행사마다 기자들의 끊이지 않는 질문은 바로 ‘포스트 최강희’였다. 그런데 그때마다 대답은 비슷했다. 최강희 감독만한 대안은 없다는 것. 최종예선을 이끌었으니 월드컵 본선도 맡아야 한다는 견해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쳐왔다.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축구협회는 정말 최 감독 후임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요신문>은 3월 말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5차전을 앞두고 정 회장이 대표팀이 소집훈련 중이던 파주NFC를 직접 찾아가 최 감독에게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연말 A매치 스케줄 관련 논의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저녁식사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무렵, 축구협회 핵심 관계자들도 “대표팀 후임 감독 논의가 이뤄졌다는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5월 초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외국인 감독을 모셔오는 건 상당히 어려워보였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외국 감독을 데려올 생각이라면 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지와 접촉을 했다거나 등등 뭔가 액션이 보여야 하는데, 뚜렷한 진전은 안 보인다. 물론 워낙 사안이 사안인 만큼 축구협회 최고위 인사들이 정 회장과 함께 따로 논의를 진행해왔을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축구협회로서는 최 감독이 임기에 명확한 선을 그었어도 버젓이 지휘봉을 잡은 마당에 ‘(새 감독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준비하지 않고 있다’ 등 어떤 의견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다분히 국내 사령탑 선임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그 과정에서 2012~2013시즌 후반기 옛 스승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지도자 연수를 마친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 등이 집중 거론됐다.
이에 반해 에이전트 업계 담당자들의 견해는 반반이었다.
“외국 감독 선임 움직임이 한동안 포착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월드컵에 나선 경력이 있고, 새 직장을 찾는 외국 지도자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더욱이 한국 축구가 인지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후보 리스트를 추리고, 접촉하는 건 금세 할 수 있다.”
이들 에이전트들은 ‘지한파’ ‘한국 축구 경험’ 등을 들어 세뇰 귀네슈 전 FC서울 감독과, 최강희 감독을 뽑는 시점에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물망에 올렸던 헤라르도 마르티노 전 파라과이 대표팀 감독 등이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어찌됐든 축구협회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다만 염두에 둘 것은 장기적인 방향이냐, 단기적 방편이냐다. 만약 전자에 초점을 둔다면 새 판을 짜고, 팀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젊은 국내 지도자가 유력하고, 후자가 기준이면 명성 높은 외국인 감독이나 베테랑 국내 감독을 꼽을 수 있다.
한 유력 축구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월드컵 본선까지 짧은 시간에 선수 파악과 전술 마련 등 어려움이 있겠지만 월드컵은 선수의 목표의식과 동기부여가 또 다른 영향으로 작용한다. 다만 외국 감독을 데려온다면 확실히 이름값 높은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축구협회가 높은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재정 능력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젊은 국내 지도자라면 브라질 대회에 당장 활용하기보다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에 대비해 차분히 단계를 밟아 준비할 수 있는 긴 시간과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