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998년 박세리의 미LPGA 제패 이후 ‘여자 프로골퍼는 최고의 신부감’이라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스포츠스타야 원래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고소득을 올린다. 하지만 골프여인네들은 더 특별하다. 기본적으로 인기 스포츠인 데다가 한국 최고는 곧 세계 최고인 탁월한 기량이 강점이고, 선수생명 또한 길다. 여기에 은퇴 후에도 레슨 등으로 생활기반이 탄탄하다. 그러니 ‘어떤 행운남이 최고의 신붓감들을 채갈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심지어 미국과 한국의 톱랭커가 아니더라도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여자프로라면 웨딩시장에서 가산점이 붙었다고 한다.
# 예상을 빗나간 최고의 신부들
공교롭게도 박인비(25)가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지난 6월 10일 아침이었다. ‘필드의 신데렐라’로 유명했던 안시현(29)이 방송인인 남편 마르코 씨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탔다. 다행히도 그날 오후 양측이 사소한 부부싸움이 크게 와전된 것이라고 밝히며 사건이 무마됐다.
하지만 충격이었다. 안시현은 1등 신부감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에 뛰어든 안시현은 2003년 만 19세의 나이에 미LPGA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에 ‘깜짝 우승’을 달성하며 인기를 모았다. 기량도 이듬해 미LPGA 신인왕에 오를 정도로 탄탄했지만 뽀얀 피부로 상징되는 신선한 이미지가 더욱 그를 빛나게 했다.
앞서 5월 20일에는 인기배우 임창정과 결혼한 김현주 골퍼도 갑작스런 합의이혼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빼어난 외모로 화제를 모았던 김 프로는 2006년 3월 11세 연상의 임 씨와 결혼해 슬하에 세 아들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 프로골퍼들의 이혼은 사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먼저 박세리-김미현에 이어 ‘코알라’라는 별명으로 미LPGA에서 톱랭커로 활약한 박희정(33)은 도벽에 벗어나지 못하는 남편과 갈라섰다. 불미스러운 개인사는 언론에 잘 알리지 않은 것이 보통인데 워낙 시름이 깊었던 박희정은 속사정을 <일요신문>(2012년 7월 22일 제1054호)에 허심탄회하게 터놓기도 했다.
또 유도영웅 이원희와 백년가약을 맺었던 ‘슈퍼땅콩’ 김미현(37)도 현재 남편과 별거하며 이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LPGA 메이저대회 우승에 빛나는 A 선수도 이미 이혼을 했고, 아직 미혼인 B 선수는 여동생 남편의 계속되는 돈 요구에 여동생에게 이혼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결혼은 홀인원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최고의 신붓감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여자프로들의 결혼은 녹록지 않은 것일까? 사실 조금만 그들의 생활여건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먼저 의외로 주변에 또래 남자들이 없다. 미국과 한국의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매니저와 캐디로 일을 한 송영군 크라우닝 이사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투어생활은 극히 단조롭다. 선수가족, 용품이나 업계 관계자 등 만나는 사람의 폭이 크게 제한돼 있다. 그리고 시즌 중 넓은 지역을 다니고, 성적과 관련해 노상 스트레스를 겪다보니 제대로 연애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설령 연애를 해도 일반인들처럼 여유있게 데이트를 즐기며 서로를 알아갈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선택의 폭이 좁으니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또 고소득은 물론 인기까지 누리고 있는 여자 프로골퍼들의 ‘눈’이 유난히 높다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들 한다. 이강래 전 마니아리포트 편집장은 “예전에 실력과 외모를 갖춘 한 선수가 있었다. 결혼을 약손한 사람이 약혼반지 조로 수억 원짜리를 해줬는데, 결혼예물은 어떻겠냐고 은근히 자랑을 했다. 결혼은 그런 게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이미 그 선수는 생각이 달랐다. 결국 그 선수는 아직도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 간에 ‘누가 더 잘난 남편감을 찾는가’ 하는 묘한 경쟁의식까지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또 잘나가는 선수들인 만큼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사랑도 받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해답은 간단하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운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까닭에, 선수 스스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연애기간을 오래 갖고, 결혼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실패확률이 적은 것이다. 역시 노처녀인 여자농구스타 정선민의 다음과 같은 말은 그래서 그 울림이 크다.
“(여자선수들은) 운동이 힘들다 보니까 남자 친구를 사귈 때는 베푸는 것보다는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남자를 만나면 쉽게 마음이 쏠린다. (중략) 그러다보니 쉽게 헤어지거나 결혼해도 오래 가지 못하고 이혼하는 커플이 생긴다. 받으려고만 하지 않고 내가 먼저 이해하고 베풀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오랜 기간 자연스럽게 골프로 인연을 맺어온 끝에 남기협 스윙코치와 약혼한 박인비는 모범답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는 “외부적인 조건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들이 가능한 함께 지낼 수 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인비의 경우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나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소의 김학수 교수도 “선수들도 사람인 까닭에 일반인들처럼 가정사에 웃고 울을 수 있다. 단지, 어린 시절부터 지나치게 운동 하나만 강조하는 우리의 문화가 문제다. 외국처럼 우리도 선수들이 학업, 인성교육, 운동 외의 다양한 활동 등에 보다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인생이 화려한 경기성적 못지않게 윤택해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