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거듭된 막말과 돌발행동을 거듭 선보인 것일까.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지도자 생황을 했으며, 포루투갈 대표팀 감독을 거친 케이로스 감독은 분명 뛰어난 지도자다. 그런 그가 왜 비매너로 점철된 행동을 반복한 것일까.
이란은 19일 저녁 9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대 0 신승을 거두며 A조 1위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같은 시간 열린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5대 1 대승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이란 입장에선 아찔한 승리다. 행여 한국에 패했다면 조 3위로 본선 진출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KBS 뉴스 캡쳐
케이로스 감독을 중심으로 한 이란의 비매너는 대한민국에 패배해 본선진출을 확정짓지 못하게 된 때를 위한 하나의 보험으로 보인다. 우선 우즈벡 관련 도발을 많이 했다. 최강희 감독이 우즈벡 유니폼을 입은 것으로 합성한 사진이 있는 T셔츠를 입은 행위가 대표적이다.
사실 대한민국과 이란은 무승부만 거둬도 두 팀 모두 본선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두 팀이 치열한 대결을 펼쳐야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이 친 우즈벡 성향의 팀이며 이란에 적대적이라면 무조건 이란을 이기려 들 것이다. 케이로스 감독 입장에선 만일의 패배를 대비해 이런 그림을 그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우즈벡과 함께 브라질에 가기 위해 평소 싫어하던 이란을 반드시 잡으려 사력을 다해 싸웠고 이로 인해 아쉽게 패했다’는 분위기를 연출해 패배의 책임을 감독 자신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미뤄 놓으려 하는 치밀한 전력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란의 경기 전략을 봐도 이런 계산이 엿보인다. 경기 전에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으르렁대던 이란은 예상외로 지키기 전략을 구사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충분하다는 경기 운영은 그동안 맞상대해온 이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승리보다는 패배를 피하기 위한 경기 운영이었고, 그럼에도 패했을 경우 이란은 비기기만 해도 되는 상황에서 왜 대한민국은 그리 강공을 펼쳤냐며 ‘대한민국이 우즈벡만 사랑하고 이란을 싫어했다’는 논리를 펼 수 있도록 준비한 셈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수비수 김영권의 뼈아픈 실수로 비기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란에게 스스로 승리를 헌납했다.
한국과 이란 경기 하이라이트는 역시 케이로스 감독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1대 0 리드를 잡기 전까지 거듭 심판진에 강하게 항의했다. 주심이 이란 벤치에 주의를 줬을 정도다. 이 부분 역시 패배했을 경우 판정 시비를 운운하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란이 선제골을 넣은 뒤 케이로스 감독이 전반전과 달리 거의 항의를 하지 않았다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실제 심판의 판정은 오히려 홈팀인 한국에 불리한 경우가 더 많았다.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승리가 확정된 뒤 케이로스 감독이 최강희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린 장면이다. 이 부분은 기존의 비매너와 달리 계산되지 않은 장면으로 풀이된다. 패할 경우를 대비해 온갖 보험을 다 들어 놓은 케이로스 감독이 마치 한풀이라도 하는 듯 상대팀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리는 것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실제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란 대표팀을 싫어했다고 볼 순 없다. 다만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 왔음에도 유독 이란에 약했던 터라 더욱 치열하게 경기에 임하긴 했다. 그렇지만 이제 이란은 실제로 대한민국이 싫어하는 팀이 됐다. 케이로스 감독의 보험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해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란 대표팀을 싫어하게 된 것이다. 다음 월드컵 예선이나 아시안컵 등에서 언젠가 또 한 번 19일 경기와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면 대한민국은 정말로 이란이 싫어서 반드시 이기려 이를 악물로 싸울 것이다. 비매너를 동원한 보험이 가져온 최악의 부작용은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