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월드컵 개념인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이런 변화의 분위기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프리 월드컵 개념의 대회일 뿐, 커다란 의미나 권위가 있는 대회는 아니다. 그럼에도 각 대륙 챔피언들이 맞붙는 대회임을 감안하면 세계 축구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대회이기는 하다. 그리고 2013 브라질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트로피는 브라질의 몫이 됐다.
TV 중계 화면 캡쳐
대회 전 예상처럼 결승전에선 홈팀 브라질과 세계 최강 스페인이 만났다. 월드컵 최대 우승국 브라질은 단연 세계 축구의 중심이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세계 축구의 중심은 브라질이 아닌 스페인이었다. 유로 2008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을 내리 석권한 스페인은 최강의 A 대표팀을 완성해 2014 브라질 월드컵 트로피까지 노리고 있다. 클럽 축구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는 앞세운 스페인은 단연 세계 최강이다.
그렇지만 2013 브라질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에게 스페인은 무참하게 패했다. 0대 3 이라는 스코어는 드러난 결과물일 뿐, 스페인은 제대로 된 공격을 거의 하지 못했을 정도로 브라질에 압도당했다. 스페인 축구의 전매특허인 짧고 정교한 패스는 번번이 브라질에 끊기며 역습을 자초했다.
전반 2분 만에 프레드의 선제골로 앞서간 브라질은 전반 43분 네이마르가 한 골을 더했다. 전반 시작과 마지막에 득점을 올린 브라질은 다시 후반 시작과 동시에 추가골을 넣었다. 이번에도 전반 시작과 동시에 골을 넣은 프레드였다. 후반 1분 만에 쇄기 골을 집어넣은 것. 홈팀 브라질이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은 있었지만 스페인이 이토록 처절하게 패할 것이라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정도다.
물론 이번 결승전 경기 하나 만으로 스페인의 몰락을 언급할 순 없다. 그렇지만 이미 스페인은 최강 클럽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내리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보르시아 도르트문트에게 패하며 결승행이 좌절된 바 있다. 서서히 스페인의 전성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채 1년도 안된다. 과연 스페인이 절치부심에 성공해 다시 한 번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아니면 세대교체기를 거치며 부진의 늪에 빠졌던 브라질이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세계 축구계의 지존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