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에어프랑스, 컨티넨털항공, 터키항공, 영국항공 사고. 모두 대형 사고였지만 사망자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소수에 불과했다.
AP 통신이 미 정부의 사고 발생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여객기 승객 1억 명당 사망자 수는 두 명에 불과하다. 또한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 국적 여객기를 탑승할 경우 사망할 확률은 지금보다 열 배가량 높았다. 이에 대해 항공산업 관계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보다 공항으로 자동차를 몰고 오는 사람들이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
몇 가지 항공기 사고를 예로 들어 보면 이런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2005년 토론토 공항에 추락했던 에어프랑스의 에어버스 340은 추락 당시 발생한 충격과 화재로 기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부서졌지만 놀랍게도 탑승객 전원은 무사히 탈출했다. 또한 2008년 덴버 공항에서 눈에 미끄러져 활주로를 이탈했던 컨티넨탈 항공의 보잉 737-500의 부상자는 38명이었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뿐만이 아니다. 2009년 터키항공의 보잉 737-800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 활주로에서 3.2㎞ 떨어진 진흙탕에 추락했지만 승객 134명 가운데 사망자는 아홉 명에 불과했다.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생존률이 높아진 걸까. 이것이 순전히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항공산업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기술의 발달이다. CNN에 따르면 이번 추락 사고가 일어난 아시아나 항공기 기종인 보잉 777의 내부 구조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90초 안에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글로벌뉴스>에 따르면 객실 안의 좌석들은 예전보다 튼튼하고 견고하게 설치돼 있어 충돌이 일어날 경우 흔들림이 덜하며, 웬만한 속도와 충격에도 객실 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는다.
또한 좌석시트와 카페트는 모두 불연재로 대체됐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도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디다. 출입문의 개폐 방법도 보다 간편해졌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쉽게 열 수 있게 됐다.
둘째, 승무원 교육의 개선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승무원들의 안전 교육은 점차적으로 개선되어 왔으며,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실제 크기의 비행기 모형 내부에서 실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가령 기내에 연기가 자욱한 상황을 재현하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준비 자세다. 100건이 넘는 비행기 추락 사고를 분석하고 수십 명의 생존자들 인터뷰를 실시한 에드 게일리어 그린위치대학 교수에 따르면, 비행기에서 가장 안전한 좌석은 비상구 주변 자리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 생존자들은 보통 무사히 탈출하기까지 평균 5줄을 이동했으며, 이는 다시 말해 비상문 주변 5줄에 앉은 승객들이 생존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앞쪽보다는 뒤쪽이, 그리고 창가 쪽보다는 통로 쪽 좌석이 더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게일리어 교수는 비행기 사고 발생 시에는 단순한 공식을 하나 기억하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플러스 3, 마이너스 8’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비행기 사고가 이륙 후 3분 안에 또는 착륙 전 8분 안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비행기 사고가 공항 인근에서 발생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라고 말했다. 바로 이 3분과 8분 동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대비할 경우 살아남을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게일리어 교수는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