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여자입단대회를 통과한 박태희 초단(왼쪽)과 강다정 초단.
31일 수요일. 20일부터 시작된 제42회 여자입단대회가 끝났다. 2명을 뽑는 대회에서 30일, 박태희(19)가 입단했고, 31일에는 강다정(22)이 입단했다. 이변은 없었다. 김수영(22)과 전유진(21), 현역 연구생 최강자 송혜령(16)이 아깝게 되었지만, 입장권은 2장뿐이다. 김수영과 전유진은 다음을 기약하고 송혜령은 아직 여유가 있다.
강다정과 박태희는 소문난 싸움꾼들이다. 강다정은 이름은 ‘정이 많다’ ‘다정하다’ 할 때 그 다정인데, 별명은 ‘인파이팅 복서’다.
2011년 시즌에는 여자 대회 전부를 휩쓸었다. 박태희는 연구생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데, ‘대책 없는 전투 마니아’로 불리며 별명은 한술 더 떠 ‘터미네이터’다. 스승이 ‘돌주먹’ 백홍석 9단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 여자 바둑이 남자 바둑보다 더 사납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의 통설이자 정설이며, 싸움으로 말하자면 김수영 전유진 송혜령 등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여전사들.
그나저나 입단대회 때마다 나오는 얘기는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것. 남자 쪽은 그래도 무작정 넓히는 것에는 반대하는 소리도 적지 않지만, 여자는 무조건 대폭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승부도 중요하고, 중국한테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부야 이길 수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 바둑 발전의 첫 번째는 승부보다는 보급이고 저변 확대이고, 그 점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낫다는 것. 가정으로, 가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확산되기 때문이다.
8월 1일 목요일. 제15회 농심배 한국 대표선수 4명이 선발되었다. 강동윤 김지석 박정환 9단, 그리고 최기훈 4단이다. 강동윤은 최철한을, 김지석은 이영구를, 박정환은 박영훈을 각각 꺾었다. 승패가 거꾸로 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대결들이었다. 농심배 엔트리는 5명. 1명은 와일드카드다.
강동윤 세 번째 출전. 지난 2008년 10회 때 5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김지석은 네 번째. 11회 때 3연승, 재작년에는 4연승을 올렸다. 올해는 3월에 초상부동산배에서 우승하는 등 계속 컨디션이 좋다. 김지석의 팬들은 김지석이 농심배에서도 한번 날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정환은 지난해 처음, 그것도 와일드카드를 받은 것이었는데, 마지막 주자로 나서 중국의 셰허, 장웨이제를 연파하고 우승컵을 가져왔다. 최기훈 4단이 괄목상대다. 1988년생으로 2006년에 입단했다. 그동안 눈에 띄는 활약이 없다가 작년에 제17회 LG배 본선 16강에 진출하면서 비로소 존재를 알렸다. 거기서 자신감을 얻어 이번에 다시 히트를 쳤다.
최기훈 4단이 속한 A조는 크~ 이창호 이세돌에 박정상 같은 정상급과 젊은 강타자 이태현 이원영 안형준, 영재의 선봉 신민준 등이 모여 있는 ‘지옥조’였는데, 거기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최 4단이 살아남은 것. “안타가 아니라 홈런”이라고들 말한다. 더구나 이원영과의 결승판은 반집 승리였다.
스물다섯 살. 요즘은 중고신인에 해당하는 최 4단은 국후 인터뷰에서 “우리 조에서 누가 뽑힐 것이냐는 예상에서 내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고, 나는 늘 배제 대상이었다. 그걸 깨뜨리고 싶었다”고 울분 아닌 울분을 토하고는 활짝 웃었다.
와일드카드를 누가 받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과거 농심배에서 크게, 여러 번 공로를 세웠던 이창호 9단을 예우해야 한다”, “이세돌 9단은 농심배와는 인연이 별로 없었고 요즘은 좀 슬럼프처럼도 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심기일전의 계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들이 오가는 중에, “농심배는 그동안 우리가 열한 번이나 우승했다. 이제 승부에 연연할 때는 아니다. 과감하게 신인들을 출전시켜 뭔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신민준이나 신진서를 추천하는 사람도 많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이광구 객원기자
지지옥션배 흑 - 서능욱 9단 백 - 조혜연 9단
흑 세력, 백 실리에서 백이 흑의 세력을 삭감하는 국면. 우변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백1은 ‘잇는 수’이자 ‘막는 수’이며 ‘버틴 수’다. 이걸로 우변 흑진은 다 지워졌다. 대신 백은 공격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백1은 “흑이 공격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공격 받더라도 자신 있다”고 말한다.
축 장문만 아니면 끊는 서 9단이 묵과할 리 없다. 흑4, 이런 데를 안 끊을 수 있나. 그러나 이게 통하지 않았다.
<2도> 조 9단은 기다렸다는 듯,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백1-3-5로 죽죽 밀어붙인다. 될까? 흑6이 곤란할 것 같은데? 역시 서능욱이고, 백이 걸리는 장면처럼 보였는데, 바로 여기서 백7의 묘수가 작렬한다.
백7로 A에 느는 것은 흑B로 넘어가 그만이고, 백7로 C에 치받는 것은 흑A로 끊어 백이 수부족인 것이었는데, 조 9단은 A로 직진하지도 않고 C로 헤딩하지도 않고 살짝 비틀었던 것. 이에 대해 ―
<3도> 흑1이면 백2의 장문이 성립한다. 흑3으로 붙여나와봤자 백4로 끼우는 맥이 기다리고 있는 것. 다음 흑A면 백B로 끊고 흑C로 따낼 때 백D로 뒤에서 몰아버린다.
<4도> 흑1로 찝는 수가 일견 까다로운 저항. 백은 2로 몰고 4에 잇는다. 흑은 백의 장문을 피해 5로 일단 벗어나야 하고, 그때 백6으로 이쪽을 막아간다. 싸움을 계속하려면 흑7로 끊는 수뿐인데, 백은 8로 몰고 10으로 호구친 후 흑11로 그쪽 백 석 점을 잡아간다면 ㅡ
<5도> 백1로, 좀 전에 장문을 피했던 중앙 흑돌을 다시 씌워간다. 흑이 달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몸부림쳐도 몇 발자국 못가고 마는 것. 우변에서 실패한 흑은 ―
<6도> 중앙에서 흑1-3으로 나와 끊어 시비거리를 찾았으나, 승세를 확인한 백은 좌상 일대 들을 선선히 버리고 중앙에서 A, 우하에서 B로 못을 박았다.
<1도> 흑4는 무리였던 것. 흑4로는 <2도> 3의 자리 근처에서 들여다보는 활용 정도로 만족해야 했던 것.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