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본 침몰>의 한 장면.
저녁 6시가 넘어선 시각. 67세의 회사원 스즈키 씨는 도심에서 전철로 1시간 떨어진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함께 개찰구를 통과한 사람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의 통근자들. 연금 지급 연령이 70세가 된 이상 60대에도 일하는 것은 당연하게 됐다. 역에서 내린 그는 저녁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른다. 10년여 전 마트에서 쇼핑했던 사람들은 주로 30~50대 주부였지만, 이제 60세 이상 남녀가 중심을 이룬다.
정부는 경기침체를 타개하겠다더니 되레 물가만 올려놨다. 소비세는 15%까지 인상됐고, 생활필수품 가격은 크게 치솟았다. 스즈키 씨가 사는 곳은 인구가 급격히 줄어 텅 빈 ‘유령 도시’로 불린다. 게다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몰려와 슬럼화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빈집털이와 소매치기가 극성이다.
7년 후 일본 회사원의 일상을 가상적으로 그려본 것이다. 2020년 일본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급격한 인구 감소에 기인한다. 특히 생산연령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게 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모습. 현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다. AP/연합
현재 아베 총리는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를 명기한 헌법 9조 개정을 통해 일본의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려고 추진 중이다.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승격시켜 일본을 위협하는 나라의 공격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과연 아베 총리의 뜻대로 헌법 개정은 이뤄질까. 정치철학자 가야노 도시히토 교수는 “헌법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7년 후에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지금보다 감소한다. ‘헌법을 개정했다가 또다시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에 헌법 개정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젊은이들은 ‘자위대가 국토방위를 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생각할 수 있기에 헌법 9조 개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덧붙여 일각에서는 2020년 일본이 중국과의 해양패권을 둘러싸고 헌법을 개정할 수도 있다고 점쳤다.
헌법 개정과 함께 현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원전 재가동’이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원전사고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위험투성이인 원전 재가동에만 돌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전 재가동은 일본이 향후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오사카에서 규모 9 지진이 발생한다면?’ 시뮬레이션을 보도한 잡지.
이 밖에도 2020년 일본의 위암 환자발생률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와 있다. 의학박사 에다 아카시는 “50세 이상의 일본인 80%가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피로리균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며 “2020년 위암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일본 미래 시나리오들은 지금부터라도 손을 쓴다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일본은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재해에 노출되어 있다. 바로 대지진이다. 일본인들이 반드시 올 것으로 예상하는 ‘난카이 대지진’이 당장 일어날 경우 그 피해액은 220조 엔으로 추산된다. 한화로 약 250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만일 7년 후인 2020년에 대지진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더 커질지 모른다. 고령자들이 많아져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지고 사상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2년 전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열도는 보다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상태가 됐다. 또 도쿄, 나고야, 오사카 3대도시권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혹시라도 이곳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는 나라 존폐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는 그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일본의 재앙은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