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와 류현진이 맞대결을 펼치기 이틀 전인 7월 26일, 늦은 저녁을 함께하며 그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었다. 사진은 다저스타디움과 합성. 홍순국 순스포츠 기자
“우리 팀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스페인어를 하니까 푸이그를 앉혀 놓고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데도, 푸이그는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후안 유리베도 푸이그에게 소리를 치며 화를 낸 적이 있는데, 푸이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투이다. 한번은 내가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꿀밤을 때리고 도망가기에 쫓아가서 한 대 때려줬다. 실력도 좋고, 사교성도 풍부하지만, 약간은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면이 있다.”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추신수는 푸이그의 그런 ‘도발’이 언젠가는 팀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루키면 루키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
추신수는 다저스와의 경기를 통해 류현진이 LA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현진이를 보니까 이곳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 같더라. 난 평소 하지 않던 일들(한국 미디어를 상대로 한 기자회견 및 취재 경쟁 등)을 접하니까 무척 힘들었다. 현진이는 한국에서부터 이런 생활에 익숙했겠지만 난 마이너리그에서부터 관심 받지 못하는 생활의 연속이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현진이 만큼의 관심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한국 기자들을 접하는 게 약간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추신수의 말을 듣고 있던 류현진이 이런 얘기를 하면서 웃음을 터트린다.
“관심 받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 미국 땅이 넓은 것 같아도 한인 사회는 은근히 좁아서 소문이 소문을 낳고, 소문이 보태져서 확대 재생산 되는 것 같다. 어디 가서 술 한 잔만 해도 맥주를 박스째 마셨다고 하고, 식당 가서 밥 먹을 때 옆 테이블에 여자들이 앉아 있는 걸 본 다른 사람들이 류현진 여자 만나고 다닌다고 하고…. 한화 있을 때부터 그런 소문들에는 익숙한 편이지만, 여기는 사생활 관련 소문들이 더 많고 전달 속도도 빠른 것 같다.”
추신수는 “너는 싱글이니까 괜찮지만, 난 이상한 오해 받으면 끝이다. 와이프한테”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류현진은 지난 4월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있었던 일을 화제로 끄집어냈다.
“애리조나 원정 때 3안타 친 날 기억하나. 그때 타석에 들어가서 애리조나 포수인 몬테로 미구엘에게 ‘왓츠업?’이라고 얘기했더니 그 선수가 깜짝 놀라서는 ‘유 스피크 잉글리쉬?’라고 묻더라. 그래서 ‘노우!’라고 대답하고선 바로 2루타를 쳤다. 영어는 나한테는 ‘넘사벽’이나 다름없다.”
추신수는 류현진에게 선수들과의 친분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지금 함께 생활하는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됐을 때 경기장에서 다시 만날 경우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
“오늘 다저스 경기 때 첫 타석에 들어서면서 포수 A.J.앨리스랑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그가 나에게 ‘추의 도시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내가 아니라 류의 도시 아니냐’고 반응했더니 류는 진정한 나이스 가이라고 치켜세웠다. 현진이가 이 팀에서 어느 정도의 인정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추신수는 류현진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류현진을 상대해 본 적이 있는 이대호, 김현수, 강정호, 정근우 등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 정보를 캘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좌타자인 김현수와는 진짜 전화통화를 하려 했다고.
“그런데 생각으로만 그쳤다.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닌 것 같아서. 그만큼 나 또한 현진이와의 맞대결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를 맞는 추신수에게 LA 다저스에서 함께 뛰자고 제안했다. 추신수는 자신의 결정보다는 팀과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대답했지만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는 상황들이라고 응수했다. 류현진이 곧장 이렇게 받아친다.
“형, 올 시즌 절대 아프지 말고, 부상당하지 말고, 3할 꼭 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LA 다저스에서 함께 뛰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만약 형이 12월에 LA에서 입단식을 하게 된다면 전 무조건 한국에서 LA로 달려올 겁니다. 형이랑 함께할 때 제가 더 빛이 난다는 거 아시죠(웃음)? 형, 기다릴게요!”
LA=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그건 오보예요!
지난 1일, 증권가 정보지에 ‘추신수-류현진, 코리안데이 전날 밤샘 음주’라는 내용이 떴다. 추신수와 류현진이 LA 한인타운에서 7월 26일 밤부터 27일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류현진은 4시까지 술을 마신 다음 날 등판해서 7이닝 1실점, 9삼진의 빼어난 피칭을 선보인 반면, 추신수는 볼넷 1개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만난 식당 이름과 2차로 간 단란주점 이름까지 거론됐고, 식사를 했던 1차 장소에서 류현진이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20잔을 마셨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내용은 맞는 것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일단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코리안데이(29일) 전날이 아닌 신시내티와 다저스 1차전이 끝난 26일이었다. 그리고 류현진은 술 마신 다음 날이 아닌 이틀 후, 즉 28일 등판했다. 즉 그날의 술자리와 상관이 없었다. 추신수는 매일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다소 영향을 받았을지는 모른다. 그리고 새벽 4시까지 여성 도우미 없이 두 선수와 지인 3명이 어울려 술을 마신 건 맞다.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내용이 아주 상세하게 서술돼 증권가 정보지에 떠돌아다니느냐 하는 부분. 이 정보지 얘기를 전해 들었던 추신수는 “뭐, 우리가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현진이 만나서 술 한잔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하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