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원내 대표로 추대될 예정이던 추미애 의원이 돌연 당 중앙위의장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 당권의 향배 는 안개 속에 빠져들었다. | ||
지난 10월22일 당 중앙위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두고 당의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신당파 의원들의 대거 탈당 이후 민주당 중진들은 11월28일 전당대회에서 조순형 의원을 당 중앙위의장으로, 추미애 의원을 총무 격인 원내대표로 추대해 당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에 대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돌연 추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 당권의 향배는 안개 속에 빠져든 형국이다.
추 의원은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당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당의 얼굴은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누구라도 출마를 해서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당의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자는 것이다.
‘조순형 중앙위의장, 추미애 원내대표’ 합의추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상천 대표와 한화갑 전 대표는 추 의원의 당권 도전 선언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지만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중진들은 추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맡아 원내에서 신당(열린우리당)을 압도할 수 있는 개혁적 마인드를 과시하면서 내년 총선에 대한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해 주길 바랐다”며 “그러나 추 의원은 우리의 바람을 훌쩍 뛰어넘어 개인적인 더 큰 뜻을 향한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지적한 추 의원의 ‘더 큰 뜻’은 바로 ‘대권’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당시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마음을 상하게 할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이 추켜세웠던 추 의원이 이번 당권 도전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더욱 알리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지난 여름 민주당 내 신당파 움직임이 거세질 당시 정가에선 ‘추 의원이 신당행을 택할 것’이란 예측이 나돌았지만 추 의원은 민주당에 잔류하면서 오히려 신당파 인사들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정가에선 ‘추 의원이 신당행보다 민주당 잔류가 향후 입지를 넓히는 데 유리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란 말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신당파 의원들을 비판하며 민주당 사수를 외치던 추 의원에 대한 당 중진들의 시선은 ‘따뜻’했다. 지난 8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화갑 전 대표는 “조순형 의원과 추미애 의원을 우리 당 대표 후보로 생각하고 있으며 직접 만나 의향을 듣고 있다”고 공개 선언을 했다. 인물로는 조순형 의원이 가장 적합하지만 상품성이 뛰어난 추미애 의원과의 공동 대표 체제도 염두에 둔다는 것이었다.
▲ 조순형 의원. | ||
정가 일각에선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라이벌 의식도 이번 당권 도전 선언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여러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세대 여성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 강 장관은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여론조사에서만큼은 추 의원이 강 장관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추 의원으로서는 이번 당권 도전 선언과 당내 세몰이를 통해 차기 대권 후보군에 거론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킬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추대 형식으로 당 중앙위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던 조순형 의원은 추 의원의 당권 도전 선언 이후 “중앙위의장 경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신당이 당명을 열린우리당으로 바꾸고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상황인데 민주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할 판에 경선까지 치러가며 대표직을 맡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조 의원측은 “추미애 의원이 당을 위해 경선 강행 의사를 접는다면 다른 경선 주자들이 나서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합의추대가 가능해진다면 중앙위의장직 수용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추 의원의 당권 도전 선언 이후 김중권 전 대표나 정균환, 김경재 의원 등도 경선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라며 “만약 조순형 의원이 출마하지 않은 채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추 의원이 가장 유리하겠지만 이 기회에 사심 없이 총선을 향해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당원들이나 유권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한 중진 의원도 “추 의원이 고심중인 것으로 안다”며 “당 중진들과의 협의를 통해 추 의원이 당권 도전을 포기하고 조순형 의원을 합의추대하는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진들의 의사를 끝까지 무시하고 경선 출마를 강행할 경우 본인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추 의원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는 얘기다.
한편 추 의원은 지난 10월22일 당권 도전 선언 이후 이와 관련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추 의원측은 “(추 의원이) 당 중진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당권 도전과 향후 행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추 의원이 설사 이번에 당권 도전 의사를 접더라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알리는 데는 성공한 셈”이라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