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스완지 시티의 가장 큰 성과는 유로파리그 진출이었고 그 중심엔 기성용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엔 유로파리그에서 맹활약하는 기성용의 모습이 기대됐다. 반면 현실은 유로파리그 진출이 기성용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과 유로파리그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 두터운 선수층이 절실했던 스완지 시티는 거듭된 선수 영입에 돌입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 호세 카냐스 영입이 결정적이었다. 카냐스의 영입으로 기성용이 올 시즌부터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라우드럽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카냐스, 중앙미드필더 리온 브리튼,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 존조 셰비로 팀의 허리 라인을 구축했다. 기대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리버풀에서 영입한 존조 셸비에게 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로 인해 기성용은 백업 요원으로 밀려났다. 올 시즌 열린 네 번의 공식경기에서 기성용은 단 한 번도 선발로 기용되지 못했다. 말뫼 FF와의 유로파 리그 예선 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EPL 개막전에 교체 투입된 것이 고작이다. 다른 두 경기에선 아예 출전선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23일(한국시간) 루마니아의 페트롤룰 플로이에스티와의 2013~201414 유로파리그 최종 플레이오프 1차전 홈경기까지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 라우드럽 감독이 구상한 팀의 그림에서 아예 기성용의 자리가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곧 이적설로 연결돼 선덜랜드 임대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최강희 전 국가대표 감독과의 SNS 파문으로 국가대표 팀 내에서의 입지에도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는 기성용 입장에선 하루 빨리 팀에서의 자기 자리 구축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이적도 신경 써야 할 상황이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과의 인연을 감안하면 비록 기성용이 SNS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을 지라도 무난히 브라질 월드컵 호에 승선할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소속팀에서 자리를 잃게 될 경우 브라질 행이 요원해질 수도 있다. 홍 감독의 대표팀 선발 원칙이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는 선수’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여 기성용이 소속팀에서 꾸준히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홍 감독 역시 기성용을 대표팀에 발탁할 명분을 잃어버리게 될 수밖에 없다.
한국 대표팀 중원의 핵심 선수인 기성용에게 2013년은 분명 위기의 한 해가 되고 있다. 이제 그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내느냐가 당면 과제가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