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하반기 스케줄이 지지부진하다. 홍명보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후 일정은 조금 답답하기만 하다. 올해 하반기 스케줄이 지지부진하다. 당초 대한축구협회는 9월 6일 중동의 맞수 이란과 안방 친선 경기를 계획했다. 일각에서는 굳이 아시아권 국가와 평가전을 가져 득이 될 게 뭐냐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의미는 상당했다. 한국은 이란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내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리고 2전 전패. 파장은 컸다.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최종예선을 끝으로 명예롭게 떠나려던 최강희 전 감독(전북 현대)도 숱한 상처와 논란을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동아시안컵 직전 이란축구협회는 친선 경기가 어렵게 됐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사실 계약서가 오간 게 아니라 구두 약속만 한 탓에 위약금 등 이란에 손해배상과 책임을 묻지도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한국이었다. 축구협회는 평가전 상대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아봤지만 이란을 대신할 상대국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라는 이야기도, 아프리카 이집트가 A매치 평가전 상대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 만큼 전혀 대비할 수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쿠웨이트와도 접촉했다.
9월 평가전이 중요했던 건 홍명보호의 진정한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7~8월을 국내파 점검에 힘을 쏟은 뒤 유럽파와 중동파가 섞인 팀은 9월부터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FIFA가 정한 9월 2차례 A매치 일정 중 크로아티아(10일)가 일찍 잡힌 건 불행 중 다행. 반면 뒤늦게 상대국으로 결정된 북중미 아이티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축구협회가 5월 신청한 2017 U-20 월드컵 유치 신청 득표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이티는 축구 강호도 아닌데다 전력 향상을 꾀하는 홍명보호의 정상적인 평가전 상대국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
하지만 23일,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10월 15일 아프리카 말리와 평가전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그에 앞서 브라질과도 평가전을 갖는데, 날짜 및 장소는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일본은 빨리 움직였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평가전 상대를 확정지었다. 계획도 나름 뚜렷했고, 상대국 면면도 화려했다. 일본축구협회는 연간 계획에 하반기 1차례 해외 원정을 잡아뒀다.
그래서 한국이 페루 평가전을 치른 날, 남미 우루과이를 불러들였고 9월에는 오사카와 요코하마를 돌며 북중미 과테말라-아프리카 가나와 대결하기로 했다. 10월에는 유럽으로 떠나 동유럽 다크호스 세르비아-벨라루스와 2차례 원정 A매치를 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축구협회는 “다양한 국가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힐 뿐, 명쾌한 발표는 계속 미뤘다. 평가전 스케줄만 놓고 보면 일본은 미리 뛰었고, 한국은 출발부터 늦었다.
아울러 여기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축구협회의 ‘안방 A매치’ 고집이었다. 포르투갈-러시아-스페인 등 유럽 강호들이 A매치 상대국으로 끊임없이 언급돼 왔고, 접촉을 한 건 맞지만 유럽도 월드컵 예선이 아직 진행 중인데다 머나먼 아시아 원정을 꺼려 손쉽게 일정을 확정지을 수 없었다. 이 경우 초청 경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 더욱이 유럽 국가들은 장거리 원정이 아닌, 가급적 자국이나 유럽 내에 머물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돈을 줄이기 위한 선택은 효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내년 상황은 나은 편이다. A매치 일정을 전부 국내에서 소화하기로 한 올해 하반기와는 달리 내년에는 연초부터 유럽 원정과 브라질 현지 적응훈련도 계획하고 있다. 월드컵 개막에 앞서 마지막 점검에 돌입할 타 지역 훈련 캠프도 준비했다는 후문.
한국은 브라질 현지 캠프 2~3곳을 최종적으로 낙점했다. 모두 상파울루 인근 훈련장으로 이미 2월에 축구협회 대표팀 지원팀 직원들을 현지로 파견해 사전 답사까지 마쳤다. 이렇게 서두른 까닭은 좋은 훈련장은 월드컵 예선 기간부터 선점 예약이 밀려들기 마련이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이미 예약이 꽉 차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영사관과 대사관이 도움을 줬다.
하지만 최종 확정할 수는 없었다. 12월 본선 조 추첨이 열리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조 추첨에 맞춰 홍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현지를 방문해 훈련 시설뿐 아니라 교통 및 숙박 등 다양한 조건들을 검토한 뒤 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앞서 5월 진행될 훈련 캠프는 스포츠 인프라가 훌륭하고 고지대 환경까지 대비할 수 있는 미국 LA나 콜로라도에 차려질 것으로 보인다. 1월에도 3주간의 담금질을 갖는데, 역시 브라질과 미국에서 진행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