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구단의 모 코치는 조 감독과 절친한 사이다. 현역 시절 조 감독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누구보다 조 감독의 성공을 바라는 이 코치는 “KT 코칭스태프 구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 코치는 “지도자로 검증된 야구인 가운데 상당수가 9개 구단에서 코치나 야구해설가로 활약 중이다. 팀의 기초부터 닦아야 하는 신생구단 코치는 기존 팀 코치보다 몇 배는 힘들다”며 “과연 어느 코치가 지금 구단을 나와 신생구단으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현재 프로야구의 코치 품귀 현상은 심각할 정도다. 배경은 세 가지다. 우선 구단 증가다. 2011년까지 8개 구단으로 운영됐던 프로야구는 지난해 NC가 2군 무대에 등장하면서 코치 부족 현상이 일었다. 가뜩이나 같은 해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출범하며 일부 지도자들이 ‘음지에서 선수들을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원더스에 합류하는 통에 코치 풀이 더 줄었다.
기존 구단들이 2군을 강화한 것도 코치 부족 현상을 가속화했다. 지난해 삼성은 1군급 지도자들을 대거 2군에 포진시켰다. 김무관(LG), 박흥식(롯데)과 함께 최고의 타격 지도자로 꼽히는 황병일(현 두산 수석코치) 전 KIA 수석코치와 2009년 KIA 우승 당시 배터리 코치였던 장재중 씨 등이 삼성 2군 선수들의 지도를 도왔다.
3군 활성화도 코치 품귀 현상에 한몫했다. 2010년 KIA가 처음으로 3군을 만든 이후 올 시즌 3군을 운영 중인 구단은 KIA, 삼성, LG, SK, 한화, 롯데 등 6개 구단으로 늘었다. 3군에도 최소 5명 이상의 코치가 필요하다는 걸 고려하면 30명의 지도자들이 3군에서 활약한다는 뜻이다.
KT 코치 인선이 신중하게 이뤄지는 또 다른 이유는 조 감독의 코치관에 있다. 조 감독은 이른바 ‘조범현 사단’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 감독은 SK, KIA 사령탑 때부터 아무리 친한 야구인이라도 능력이 떨어지거나 성실하지 않으면 절대 코치로 기용하지 않았다.
야구인 L 씨는 얼마 전 조 감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조 감독은 L 씨에게 “좋은 코치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L 씨는 고심 끝에 한 야구인을 소개했다. 하지만, 조 감독으로부터 돌아온 말은 “내 원칙에 위배되는 사람이라, 코치로 선임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L 씨는 “내가 소개한 야구인을 조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조 감독이 ‘난 능력도 능력이지만,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성실하고, 공부하는 코치를 원한다’며 ‘나중에 그런 코치가 생각나면 다시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조 감독은 코치 인선과 관련해 “전국을 돌며 유능한 지도자를 찾고, 그런 지도자가 있으면 적극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1군 지도자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전혀 만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9개 구단이 한창 전쟁 중이다. 코치들은 전쟁을 지휘하는 참모들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다른 팀 1군 코치를 접촉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우선은 재야의 야구인들과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지도자들 가운데 나와 야구철학이 일치한 사람들을 찾고, 그들을 중심으로 2군 리그를 준비할 계획이다.”
조 감독은 “머릿속에 어느 정도 코칭스태프 구성 그림이 그려져 있다”며 “10월께 구단과 상의해 그림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KT의 느리지만, 신중한 코칭스태프 구성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