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크게하기 위해 뼈를 자르는 등 외과적 수술도 중국인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사진출처=포쿠스
상하이 구베이 지역에 위치한 ‘햇빛 어린이 병원’. 병원 대기실에는 스무 명이 넘는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북적이고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이 병원을 찾은 이유는 하나. 성장호르몬제 시술로 유명한 린 메이훼이 박사(59)를 만나기 위해서다.
현재 일본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메이훼이 박사는 한 달에 한 번 상하이를 찾아 진료를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상하이에서 박사를 만나기란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메이훼이 박사가 실시하는 성장호르몬 주사 요법은 이른바 ‘키 성장 요법’이다. 호르몬 조절을 통해 사춘기 진행 속도를 늦춰 단 몇 ㎝만이라도 키가 더 자라도록 하는 시술인 것. 여아의 경우 초경을 늦추고 성장호르몬을 증가시켜 성인이 될 때까지 최대한 키가 자라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리윤이라는 여성 역시 딸 하이시(7)를 데리고 메이훼이 박사를 찾았다. 호르몬주사를 맞지 않고 자랄 경우 하이시의 예상 키는 162㎝. 중국 여성치고는 결코 작은 키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들 모녀의 목표는 더 높은 곳, 즉 170㎝에 있다. 리윤은 “딸에게 가능한 모든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메이훼이 박사는 십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을 치료했다. 매달 새로운 부모들이 연락을 해오고 있지만 사정상 모든 어린이들을 다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개 성장호르몬 요법은 1~2년 동안 진행되며, 한 달에 한 번씩 호르몬 주사를 맞도록 되어 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서 메이훼이 박사는 “절대 건강에 해롭지 않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시술”이라고 주장했다.
호르몬 요법 외에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미용 성형술로는 ‘해독 요법’이 있다. 말 그대로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해서 혈액을 맑게 해 키를 자라게 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 구역에 위치한 ‘WA 옵티멈 헬스 케어’는 상하이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해독 요법’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독 치료 전문가인 핑우 박사(53)의 경우 매일 30~40명의 환자를 보고 있으며, 치료는 환자 한 명당 대개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사진출처=포쿠스
핑우 박사는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고 더 예뻤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면서 어린이일 경우 최소 5㎝는 더 자라게 할 수 있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이 밖에 외과적 수술을 통해 키를 크게 하는 수술도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단 1㎝라도 자랄 수 있다면 어떤 고통과 아픔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톱으로 뼈를 잘라낸 후 나사로 연결해서 잡아 늘이는 끔찍한 수술이 바로 그것이다.
예뻐지기 위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비단 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치과 역시 성형 붐을 타고 호황을 누리고 있긴 마찬가지다. 중국 내 외국에서 건너온 치과 전문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상하이의 쇼핑 중심가에 개업한 그리스의 디노스 쿤투라스 치과 전문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20~35세의 여성들이다. 모두들 미용 목적으로 방문한다”고 말했다. 가령 치아 미백이나 교정 등을 목적으로 방문한다는 것이다. 외적인 미뿐만 아니라 내적인 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여성들도 많다. 호주에서 온 헬스 코치인 킴벌리 애시튼이 최근 상하이에서 문을 연 요리교실에는 건강식 조리법과 건강한 생활 방식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중국 여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이렇게 외모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포쿠스>는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모가 남들보다 뛰어날 경우 그만큼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여성들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작고 아담한 고전적인 동양 여성에서 크고 선이 굵은 서구 여성으로 옮겨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나 서양 모델을 내세운 화장품 광고 때문이다.
성형외과 원장인 셰넌 닐슨은 “중국 여성들은 젊고 날씬하게 보이길 원한다. 심지어 18세 소녀까지도 보톡스 시술을 받으러 다닌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어떤 여성은 비현실적인 꿈을 품고 찾아오기도 한다. 앤절리나 졸리처럼 되길 원했지만 사실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성형 붐은 중국의 부자들뿐만 아니라 이미 중산층에까지 확산된 상태다. 닐슨을 찾아오는 환자들의 경우 한 번 시술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0~25만 위안(91만~4600만 원). 그야말로 외모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미국와 유럽의 화장품 회사에게 중국은 금광과도 같은 곳이다. 프랑스 ‘로레알’의 경우 향후 10~15년간 중국에서 2억 5000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 때로는 지나친 성형 광풍으로 차마 웃지 못 할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중국 북부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고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유인즉슨, 아내가 낳은 아이가 너무 못 생겼다는 것이었다. 한눈에 봐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미녀인 아내가 낳은 아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못 생겼다는 것이 남편의 주장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닮은 것도 아니니 분명히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믿은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 상태. 하지만 사실 아내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결혼 전 여러 차례에 걸쳐 성형 수술을 받았던 사실을 남편에게 숨겼던 것이다. 그 어떤 수술로도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랄까.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