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은 트위터를 통해 일간베스트 용어인 ‘노무노무’, ‘쩔뚝이’ 발언으로 일베 회원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출처=크레용팝 트위터
물론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커뮤니티라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현재 일베 사용자들은 특정 지역 출신의 정치인을 깎아내리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과 폭언으로 사회적 문제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광범위한 온라인 활동 탓에 소위 ‘일베 용어’들이 빠르게 전파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활동이 잦고, 그 활동이 갖는 파급력이 강한 스타들까지 일베 용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논란이 거세다.
연예계 일베 논란의 중심에는 그룹 크레용팝이 있다. 얼마 전 이들이 트위터에 글을 쓰며 선택한 단어 ‘노무노무’와 ‘쩔둑이’ 등으로 논란이 촉발됐고 이후 일베 사이트를 활용한 팀 홍보활동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쟁은 가열됐다. 크레용팝이 사용한 단어들은 일베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만들어 퍼트린 용어들이다. 비하 단어 사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크레용팝은 소속사를 통해 “팬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말”이라고 해명했고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분분하다.
일베 논란은 걸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이 ‘민주화’ 발언을 꺼내면서 시작됐다. 지난 5월 전효성은 한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해 팀원들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우리는 멤버들을 민주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효성이 사용한 “민주화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일베가 만든 속어다. 민주화 운동을 평가절하할 때 일베가 쓰는 말로,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특정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비하하는 데도 자주 사용된다. 전효성의 이 발언은 곧바로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에 휩싸였다. 이에 전효성은 “일베의 존재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전효성은 자신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사과했지만 이미지 타격은 피하지 못했다.
전효성
SBS의 간판 뉴스인 <8뉴스>는 지난 8월 20일 방송 도중 일본 수산물 방사능 공포 뉴스를 전하면서 일베가 만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이미지가 포함된 자료화면을 여과 없이 생방송으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이 자료화면 하단에 일베가 고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뜻으로 만든 ‘노알라’ 이미지가 삽입돼 있던 것.
생방송이 나가자마자 <8뉴스> 게시판은 들끓었다. 공신력을 검증받지 못한 일베가 만든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쓴 사실을 두고 시청자의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8뉴스> 측은 다음날 방송을 통해 공식 사과하는 굴욕을 당했다.
정치인뿐 아니라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일베 용어들은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심각한 수준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김형태는 자신의 트위터에 ‘종범’이란 단어를 써 질타를 받았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단어 역시 일베가 자주 쓰는 지역감정 용어. 야구선수 이종범의 이름에서 따온 말로 ‘사라지다’라는 의미와 함께 전라도 지역을 자극하는 뜻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김형태는 ‘종범’이란 단어 사용으로 누리꾼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뒤 결국 “경솔하지 못한 용어를 썼다”며 “앞으로 사려 깊은 사람이 되겠다”는 말로,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예계도 긴장하고 있다. 일베의 용어들이 워낙 많은 데다 그 의미까지 모두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의도와 상관없이 일베 용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여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을 때도 많아 앞으로 온라인 활동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돌 스타 여럿이 소속된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가장 빠른데 자칫 잘못해 부적절한 단어를 쓸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온라인에 나도는 일베 용어 사전까지 꼼꼼하게 챙겨보지만 분명히 한계는 있다”고 밝혔다.
연예인부터 자신들의 발언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의 특성상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강한 만큼 그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10대 청소년에게 강한 파급력을 갖고 있어 이들이 트위터에 쓰는 글들을 빠르게 퍼져나가게 된다”며 “왜곡된 표현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스타들의 용어 선택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