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그저 놀라울 뿐이다.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엄청난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자 축구 심판 박 아무개 씨가 대한축구협회 임원 2명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해 파문이다. 올 초 박 씨는 우연한 기회에 축구계에 돌고 있던 황당한 소문을 접했다. 자신이 몇몇 축구 인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그로 인해 심판 배정 등에 업무를 하는데 심각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씨는 여자 실업축구 WK리그뿐 아니라 여러 차례 국제 대회에 나설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인물. 그러나 소문이 불거지며 심판 배정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 충격에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지난 7월 축구협회를 찾아가 고위층과 면담을 했지만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결국 관련자들을 7월 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여기에는 박 씨뿐 아니라 4명의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얽힌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랍다. 모두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인물들이다.
일단 축구협회도 고소 사실을 인정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박 씨가 면담을 요청했다. 양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우리로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박 씨에게 ‘본인이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하시라’는 의견을 전했고, 지금(고소)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몽규 회장께도 보고가 이뤄진 사안이다. 추후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원회 등 적법한 절차를 밟겠다”고도 했다.
요즘 심판들을 바라보는 축구계 여론의 시선은 상당히 날카롭다. K리그는 물론, 아마추어 무대를 포함한 축구협회 주관 대회에서도 숱한 오심이 난무하고, 심지어 승패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문제 소지가 많은 판정이 나온다는 게 많은 축구인들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축구협회는 월드컵 심판 육성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란다. 물론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