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설이 제기된 직후부터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을 받았던 것은 스완지시티 사령탑이자 덴마크 축구 영웅이었던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과의 불화설이었다. 2012~2013시즌 막바지, 여배우 한혜진과의 결혼 준비와 허벅지 부상 치료 등을 이유로 조기 귀국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 라우드럽 감독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결국 기성용의 고집대로 조기 귀국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었다. 안정적인 치료를 받으며 몸은 추스를 수 있었지만 귀국 이유 중 하나였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막판 3연전에 나설 국가대표팀 최강희호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러고도 연예인과 떠들썩한 결혼식까지 올린 기성용을 바라보는 스완지시티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기성용을 궁지로 몰아갔다.
물론 극성맞기로 정평이 난 영국 언론들이 스완지시티 측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만 추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기성용은 자신의 전과(?)로 인해 국내에서도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시점이 좋지 않았다. 기성용은 작년 초부터 최근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 통해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현 전북 현대)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글을 여러 차례 올려 물의를 빚었고,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공식적인 엄중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지금이 자숙기간이고,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할 시점인데 라우드럽 감독과 불화설이 불거졌다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주 치명적이었다. 많은 축구인들과 팬들도 “기성용은 가만히 있어도 밉상인데, 외국에서까지 감독과 마찰을 빚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최악”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기성용도 할 말은 있었다. 치열한 팀 내 경쟁이다. 선수라면 누구나 안정적인 출전기회를 제공받길 희망한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기성용은 자신의 위치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해 여름만 해도 숱한 경쟁자들이 보강됐다. 포수엘로와 존 조 셸비, 호세 카나스, 윌프레드 보니 등 다양한 선수들이 영입됐다. 여기에 기존에 기성용과 같은 포지션에서 뛴 리온 브리턴, 조나단 데 구즈만, 케미 어거스틴 등이 있었다. 하지만 라우드럽 감독의 생각은 분명했다. 지난 시즌 막판, 급격한 페이스 저하로 어려움을 겪은 스완지시티였다. 컵 대회 정상을 밟으며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스쿼드 보강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성용도 더 이상 붙박이 주력이 아닌,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선수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인들은 이런 경쟁조차 확실히 이겨낼 수 있어야 더욱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고민 끝에 기성용은 팀을 옮기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라우드럽 감독과도 8월 중순 면담을 가졌다. 단지 이 시기에는 어디로 갈지 새 팀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최초 기성용의 선덜랜드 이적설이 불거졌을 때, 라우드럽 감독은 “기성용과 논의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선덜랜드로 간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는 정도의 코멘트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구단 간 협상도 보도가 나온 후에야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심지어 선덜랜드 마가렛 번 단장조차 한동안 기성용의 영입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었는데, 이유는 기성용이 핵심이 아닌데다 550만 파운드(약 95억 원·셀틱에서 스완지시티 이적료) 이상이 오가는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였기 때문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