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에 경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일고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최근 경찰의 한 총경급 간부는 기자에게 “박근혜 정부가 경찰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의지를 굳힌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청와대의 경찰 ‘친정 체제’ 구축설이 나온 시기는 지난 8월 초. 당시 기자와 접촉한 사정당국 관계자 다수는 “8월 초 청와대가 안행부를 직접 지휘해 경찰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경찰국’ 내지 ‘치안국’ 신설 방안 마련을 촉구한 정황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이런 정보는 핵심 정보 관련기관인 검찰·경찰·국정원 측에서 최근 한 달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내용이다. 안행부가 경찰을 겨냥해 현재의 ‘법무부 검찰국’과 같은 일종의 통제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다는 게 최근 터져 나온 정보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경찰의 한 총경급 간부는 “안행부 산하에 가칭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경찰에 대한 직접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외청으로서 경찰 조직을 독립시켜놓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경찰 직할체제 강화 방안에 대해 경찰은 단단히 뿔이 나 있다. 경찰 측은 “‘법무부 검찰국’과 앞으로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안행부 경찰국’은 같은 위상의 조직이 될 수 없다”며 극렬 반발하고 있다. 앞서의 경찰 고위급 관계자는 “검찰의 경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장관급으로 사실상 동등한 위치이기 때문에 법무부 산하에 검찰국을 두더라도 검찰의 독립성이 침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경찰청장이 차관급인 상황에서 안행부 장관 산하에 치안국을 둔다면 경찰 독립성의 중대한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청와대가 최근 경찰과 갈등을 빚더니 이런 ‘묘수’를 생각해냈나 보다. 안행부가 하는 일이 결국엔 박근혜 대통령의 심중을 반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법무부 검찰국’의 경우 안행부가 신설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찰국’과는 구조상 엄연히 그 위상부터가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이 법무부의 ‘외청’으로 분리돼 있고, 인사 및 예산 업무는 법무부 내 검찰국이 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찰국 검찰국장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협의를 반영해 검찰 내부 인사와 예산집행제에 대한 실무적인 결정을 총괄해왔다. 때문에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검찰청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 내 ‘빅4’로 통해왔다.
‘경찰국 신설’ 정보가 검찰, 경찰, 국정원 등에서 최근 한 달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경찰 내부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한다. 사진은 경찰청. 일요신문DB
청와대 측의 경찰 통제 강화 방안설에 대해 경찰 분위기는 침통한 표정이다. 검-경 수사권 갈등 과정 등을 겪으며 필사적으로 경찰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경찰의 노력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정라인 산하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학의 전 차관 일로 청와대가 진노했다고 들었다. 경찰이 감히 자기 사람을 건드려서 화가 났다는 거 아닌가. 지난번에는 ‘경찰대 폐지론’이 나오더니…. 조만간 이런 식의 통제가 올 줄 알았다”며 “‘경찰국’ 신설방안이 공식화되면 경찰의 대대적인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나 여론도 청와대의 경찰 직접통제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무언의 압력을 받아 은폐 축소 수사를 했다는 논란이 한창이다. 하필 이런 시기에 안행부가 경찰국 신설을 논의했다는 걸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나. 유정복 안행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진 마당에 (경찰국 신설의) 의도가 어찌됐든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안행부는 청와대 측의 ‘경찰국’ 또는 ‘치안국’ 신설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안행부 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최근에 야당의 한 유력 정치인도 경찰국 신설 논의에 대해 자료 요구를 해왔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의 의중까지 묻는 통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안행부가 ‘경찰국 신설 논의를 해본 적도 없다’며 부인하고 나온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 다수는 “(경찰) 정보과에서 이미 상당 부분 눈치를 챘다. 경찰 내부에서는 지위를 막론하고 (경찰국 신설방안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안행부에서 이미 경찰국 신설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마련된 건 사실 아닌가. 일반적으로 이런 안을 마련하면 경찰 의견 조회도 하고 그런다. 안행부가 왜 이제 와서 발을 빼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