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을 여배우가 없다
<가자, 장미여관으로>의 한 장면.
다시, 벗는 영화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한국 벗는 영화의 전성시대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우선 처음은 80년대 극장판 에로영화 전성기다. <애마부인> <뽕> <변강쇠> <산딸기>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등으로 대표되는 80년대 극장판 에로영화 전성기에는 이미숙 정윤희 등 정상급 여자 스타들이 그 주역이었다.
90년대에는 에로비디오 시장이 전성기를 누렸다. 비디오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벗는 영화를 극장보다 집에서 즐기는 이들이 많아진 데 따른 변화다. <젖소부인 바람났네> <백지수표> <자유학원> 등 인기 시리즈를 바탕으로 진도희 정세희 이규영 유리(성은) 등의 에로 스타들이 이를 주도했다.
그렇지만 비디오시대가 가고 인터넷시대가 도래하면서 에로비디오 전성시대도 마무리됐다. 에로비디오가 주춤하자 이를 기반으로 했던 비디오 대여점들도 상당 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인터넷 성인방송, 포르노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대거 유통됐다.
최근 2~3년 새 인터넷 다운로드 시장이 급격히 양성화됐다. 제휴콘텐츠 개념이 분명해지면서 불법 다운로드가 대거 사라졌고 영화 한 편당 500~4000 원, 극장 동시개봉 영화는 1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과거 편당 1000~2000원 수준이었던 비디오 대여시장에 버금가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 셈이다. 게다가 케이블TV와 IPTV의 VOD 서비스까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다운로드 시장과 함께 영화 부가판권 시장이 대규모로 확대됐다.
#이슈화만 성공하면 대박
개그우먼 곽현화가 출연해 화제가 된 <전망 좋은 집>. 기대와는 달리 곽현화의 노출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장은 분명히 제한돼 있다. 온라인을 통해 해외 포르노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노출 수위에 한계가 있는 에로비디오를 유료로 접하려 하는 네티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극장 개봉 영화 가운데 노출 수위가 높은 영화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극장 개봉에 앞서 노출을 중심으로 한 이슈몰이에 성공할 경우 수익은 더욱 증가한다. 콘텐츠 가격 역시 일반 극장 개봉 영화와 비슷한 수준인 3500~4000원대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극장 동시 개봉 타이틀을 달면 1만 원까지 가격이 폭등한다. 이런 흐름은 새로운 벗는 영화를 양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극장 개봉 타이틀을 달았지만 진정한 타깃은 인터넷 다운로드 등의 부가판권 시장인 벗는 영화들이 연이어 제작되기 시작한 것.
실제로 지난해 개봉한 영화 <전망 좋은 집>이 이런 형태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비슷한 형태로 수익을 올린 <노리개>는 최근 ‘무삭제 확장판’을 새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전망 좋은 집>은 개그우먼 곽현화가 출연해 화제가 됐으며(반면 곽현화의 노출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노리개>는 고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해 이슈가 됐다.
결국 이슈를 양산하며 개봉해야 한다. 최근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상반신 노출 사고로 화제가 된 여민정 역시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영화인 <가자, 장미여관으로> 홍보를 위해 영화제에 참석했다. 여민정의 노출 사고는 <가자, 장미여관으로>의 이슈몰이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당연히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케이블과 IPTV VOD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젊은 엄마> <여인의 숨결> <허풍> <마지막 밀애> <거짓말> 등의 영화들이 이런 형태로 부가판권 시장에서 요즘 한창 서비스되고 있다.
#톱스타 노출로 이어질까
위에서부터 <마지막 밀애>, <젊은 엄마>.
에로영화의 가장 큰 한계는 노출 수위다. ‘작품성 있는 영화의 높은 노출 수위는 인정한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사 기준은 곧 상업적 목적의 에로영화는 노출 수위를 제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화 <은교>와 <콘돌은 날아간다>에선 여배우의 음모 노출이 이뤄졌으며 영화 <박쥐>에선 남자 배우의 성기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등급을 받아 개봉했다. 에로영화로선 넘볼 수 없는 노출 수위다.
따라서 벗는 한국 영화 급부상이 에로업계의 독립영화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에로업계가 제작비를 투자해 실력파 독립영화인의 영화 제작을 돕고 부가판권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일본 에로업계가 오랜 기간 활용해온 방식이다.
독립영화로 인정받으면 노출 수위의 제한을 뛰어넘을 수 있으며 에로영화가 아닌 만큼 더 큰 이슈몰이도 가능하다. 게다가 에로배우가 아닌 유명 배우들의 출연도 가능하다.
영화계에선 시장이 좀 더 확대되면 유명 여배우들도 대거 이런 벗는 영화에 출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유명 여배우들은 대부분 노출을 꺼리지만 충분한 시장성이 확인되면 노출은 이뤄질 수 있다. 모바일 누드 화보가 붐을 이룰 당시 수많은 스타들이 누드를 촬영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 조금씩 불고 있는 벗는 한국 영화 열풍이 부가판권 시장을 통해 확실한 시장성을 입증하며 대박 행진을 거듭할 경우 충분히 스타급 여배우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시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여배우 입장에선 누드 화보보다는 작품을 위해, 또 연기를 위해 노출한다는 측면에서 벗는 영화가 훨씬 부담이 덜할 수도 있다.
다시 불고 있는 벗는 한국 영화 열풍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보여줄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다만 분명한 부분은 이로 인해 한국 영화계가 한창 요동치고 있다는 부분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