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통령’ 이대호는 오사카에서도 대통령이었다. 올 시즌 이대호는 9월 27일까지 타율 3할9리, 152안타, 23홈런, 85타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팀 내 타율·최다안타·홈런 1위, 타점 2위로, 퍼시픽리그 전체를 봐도 타율·최다안타 7위, 홈런 6위, 타점 8위에 올라있다.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소속팀 오릭스 관계자는 “이대호가 이 정도로 잘할 진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대호는 외국인 선수임에도 팀원들과 잘 어울리고, 젊은 선수들을 리드하는 통솔력도 갖춰 팀 내 인기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오릭스는 이대호를 ‘반드시 팀에 잔류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야구계에서도 이대호의 오릭스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26일 이대호의 친형 이차호 오투에스앤엠 대표의 페이스북이 글이 알려지며 ‘오릭스 잔류’ 기류에 이상 조짐이 보였다.
이날 이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이나 야구 전문가들이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라는 의미심장한 단문을 남겼다. 올 시즌이 끝나면 오릭스와의 계약이 풀리는 이대호이기에 이 씨의 단문은 동생의 거취를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 씨의 단문을 접한 야구계엔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는 건 이대호의 향후 거취가 파격적일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일본 잔류는 누구나 예상하는 것이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이나 혹은 한국 복귀가 유력하다”는 예상이 돌았다. 과연 이 씨의 단문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 오릭스, 재계약 끝냈다?
이 씨의 단문을 차치하고, 일본에선 이대호의 오릭스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항간엔 한신 타이거스가 이대호 영입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소리가 돌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신 스카우트팀은 이미 9월 초부터 내년 시즌 4번 타자 후보 물색을 위해 미국 전역을 돌고 있다.
한신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 에이전트는 “한신은 최소 10억 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대호의 몸값을 감당할 수 없어 8월 말 영입 계획을 백지화했다”며 “다른 팀들 역시 이대호의 높은 예상 몸값에 영입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외가 있다면 오릭스다. 오릭스는 시즌 중 일찌감치 이대호에게 재계약 의사를 타진했다.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은 “오릭스가 이대호를 잡으려고 3년 이상 총액 10억 엔(약 110억 원)을 책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술 더 떠 한 구단 관계자는 “오릭스와 이대호가 이미 재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양측이 3년에 10억 엔, 옵션 포함 13억 엔의 매머드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릭스가 이전과는 다르게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아 이대호 잔류가 결정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오릭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물 건너간 상황이라, 정규 시즌이 끝난 직후, 재계약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대호와 잘 아는 야구 관계자도 “이 씨가 암시한 ‘상상도 못할 일’이 구단을 뜻하는 게 아니라 계약 규모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며 “오릭스가 (이)대호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호도 오릭스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호가 팀 동료들과 홈런 세리머리를 하는 모습. TV화면 캡처
한편에선 이 씨의 발언을 두고 ‘한국 복귀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언뜻 롯데 복귀 같지만, 이대호와 롯데 관계를 잘 아는 이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이대호의 지인은 “대호가 사석에서 부산 야구팬과 동료들이 그립다는 이야기는 자주 해도, 롯데 구단 이야기는 일절 입에 올리지 않는다”며 “롯데 시절 구단과의 앙금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야구계에서 이대호의 복귀 구단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구단은 NC다. 한 야구인은 “NC가 이대호 영입을 위해 공을 들인다는 소문이 많다. 한발 나아가 NC가 FA로 풀리는 강민호와 이대호를 한꺼번에 영입해 롯데를 뛰어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같다”며 “2011년에도 NC가 이대호 영입을 조심스럽게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그 야구인은 “2011시즌이 끝나고서 NC가 이대호와 접촉했다고 들었다. 그 자리에서 NC가 ‘지금 당장 우리 팀에 뛸 수 없으니 2년 뒤 기회가 되면 우리 팀에서 꼭 뛰어 달라’며 ‘원하는 액수만큼 주겠다’는 뜻을 이대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 이제 2년이 흘렀으니 NC가 적극적으로 이대호 영입에 나서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릭스와의 대박 계약과 NC행 가운데 ‘상상도 못할 일’을 따진다면 단연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대호가 NC 유니폼을 입는다면 프로야구 판도가 바뀌게 된다. 신생팀임에도 올 시즌 승률 4할대를 기록 중인 NC는 이대호 영입 시 극적인 공격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대호를 뺐긴 롯데와의 치열한 신경전도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수많은 억측과 소문에도 이대호는 “시즌 종료 후, 향후 거취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대호를 둘러싼 한일 프로팀들의 영입 전쟁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최강민 스포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