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 기울이지 않는 부부>의 한 장면. 배우자에게 부탁할 때도 양자택일의 전략이 유용하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만약 “놀랄 만큼 맛있는 파스타 가게가 있는데 함께 가지 않을래요?”라고 말한다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순간 상대는 ‘같이 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며, 성공률은 훨씬 높아진다. 사실 전자와 후자 어느 쪽이든 ‘데이트 하자’라는 말이다. 같은 말인데 전달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이처럼 “No”란 대답을 “Yes”로 바꾸는 방법에는 몇 가지 간단한 기술이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상대방 쪽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마음만 밀어붙이지 말고, 다음 순서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침착함이 필요하다. ①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②상대의 머릿속을 상상한다. ③상대가 원하는 것과 일치하는 부탁을 만든다.
데이트를 원하는 것은 나의 바람일 뿐이고, 그녀는 관심 없는 사람과 데이트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탈리안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놀랄 만큼 맛있는 파스타집은 어때?”라는 말에는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Yes’를 끌어내는 말은 자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머릿속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유용하게 쓰이는 또 다른 화법 중 하나는 양자택일 전략이다. 상대에게 선택하게 하면 강요당하는 기분에서 벗어나게 되고, 거절하기도 어려워진다. 가령 집안일을 거들어 주지 않는 남편에게 아내가 “설거지 좀 해달라”고 말하면 잔소리로 들리지만, “설거지와 분리수거 중 어느 쪽이 좋아요?”라고 물으면 무심코 답변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밖에도 “야근할 수 있어?”라고 묻는 대신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자네 기획서가 내 마음을 움직였네. 야근 부탁해도 될까?”라든지, “노력해!”라는 단순 강요보다 “함께 노력하자”라고 팀워크화해 말하는 편이 한결 효율적이다. 덧붙여 “모임에 와줘”라는 말보다 “다른 사람은 안와도 OO 씨는 꼭 와줬으면 좋겠어” 등 상대가 특별한 존재임을 부각시키면 역시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이것을 실제로 적용시킨 사례가 있다. 소위 ‘잘나가는 샐러리맨’으로 불리는 40대 부장의 이야기다. 지각을 일삼는 부하직원이 있을 경우 대개 “왜 항상 지각만 하느냐! 일할 마음이 없으면 회사에 나오지 말라”며 윽박지르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자네에겐 기대가 크네. 지각 같은 걸로 평가 절하하긴 싫으니, 내일 아침 회의엔 늦지 않도록 부탁하네.”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을 그대로 전달하는 쪽과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부하의 심리를 활용해 전달하는 쪽, 과연 어느 화법이 더 효과적인지는 금세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화술로 유명한 인물로는 오바마 대통령과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들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말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 둘 다 반대어와 대조법을 자주 활용한다. “이것은 나의 승리가 아니다. 바로 여러분의 승리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연설 중),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쳐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예루살렘상 수상소감 중.)
이런 기술은 기획서에서도 설득력을 지닌다. 이를테면 자사에서 새로운 영양제를 만들었다고 하자. 기획서에서 전달하고 싶은 부분은 ‘타깃이 주부’라는 것. 보통은 “주부에게 판매합니다”라는 표어를 생각해낸다. 그러나 여기에 대조법을 입히면 “샐러리맨이 아닌 주부에게 판매합니다”라는 말로 재탄생된다. 즉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이 훨씬 강조됐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전에, 주위를 집중시켜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사용하는 전달 방법이 ‘클라이맥스 기법’이다. 이는 전하고 싶은 말을 바로 시작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접근하는 기술이다. 당신이 만일 “여기서만 하는 이야긴데…”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뿐더러 사람들은 더 집중하게 된다.
지금까지 상대의 마음을 얻는 대화법에 대해 살펴봤다. 저자 사사키 게이치는 “연습을 통해 말하는 기술은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전달 방법을 몸에 익히면, 커뮤니케이션은 지금보다 한층 더 즐거워질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초대 거절 땐 감사의 말부터
메일이나 문자 교환은 서로 얼굴을 볼 수 없기에 오해를 사기 쉽다. 뜻하지 않게 메일을 읽은 상대방이 “무뚝뚝하다” “차갑다”고 느낄 수 있는 것. 여기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감정을 30% 확대해 전달하는 기술’이다. 그 예로 거절하기 곤란한 일적 관계의 모임을 살펴보자.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거절할 수 있을까.
1. 감사의 말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2.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활용해, 상대에게 존경을 나타낸다.
3. 진심으로 가고 싶었던 점을 직선적으로 표현해 강조한다.
둘 다 내용은 거절의 메일이다. 그렇지만 전달 방법에 따라 상대방이 받는 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Before 메일은 ‘주최자의 파티에는 관심이 없다’로 전해지는 반면, After 메일은 거절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인상을 갖게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