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기자.
간혹 프리미어리그 및 챔피언십 등 같은 리그 내에서도 이뤄지지만 이 경우,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우려도 있다. 친정 팀 입장에선 임대된 선수가 자신들과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주영의 경우는 달랐다. 영국 에이전트의 주선으로 박주영의 단기 임대를 논의한 위건과 아스널은 쉽게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양 구단은 이해관계가 엇갈릴 상황이 아니었다.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우승을 목표한 전통의 명문 클럽인데 반해, 위건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클럽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스널은 박주영을 프리미어리그 출전 가능한 30인 로스터에 올려놓고도 완전히 ‘전력 외 선수’로 분류했고, 위건은 차기 시즌 프리미어리그 복귀가 절실했기에 박주영의 필요성을 느꼈다.
영국 현지 에이전트의 주선으로 양 구단은 10월 첫째 주 처음 협상을 시작했고, 주말 무렵에는 단기 임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기간은 3개월로 했다. 단기 임대 기간은 짧게는 1개월부터 최대 4개월까지 가능한데, 3개월로 합의를 한 건 내년 1월 재개장될 겨울 이적시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존심이 강한 박주영이 쉽게 위건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아스널은 현지시간으로 7일 위건과의 단기 임대 관련 협상 사실을 박주영에 전달하면서 의사를 타진했다. 아무리 구단 간에 합의를 도출했더라도 해당 선수가 거절하면 이적이나 임대는 성사될 수 없는 탓이다. 계약기간 만료 6개월 전에 재계약 여부를 통보받지 못할시, 언제라도 자유롭게 새 팀을 찾아볼 수 있는 ‘보스만 룰’ 역시 여기서 파생된 규정이다.
지난해 올림픽 대표팀에서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 감독과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박주영.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위건은 자신들의 첫 번째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오히려 생각할 여유까지 줬다. 시간 연장은 결국 2차 제안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위건도 박주영 임대가 불발됐을 때를 감안해 다양한 선수들과 접촉을 해둔 상태였다. 그러나 최우선 순위는 박주영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최근 영국 출장길에서도 박주영을 만나 거취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주문했던 그였다. 박주영이 위건으로부터 단기 임대를 제안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홍 감독도 측근들에게 굉장히 반가워했다는 후문이다. 박주영에 대한 위건의 2차 임대 제안 건이 온종일 뜨거운 감자로 오른 가운데 파주NFC에서 진행된 대표팀 첫 소집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위건의 임대 제안은) 좋은 소식이다. 아스널에서 계속 벤치에 남아있든, 챔피언십에서 뛰든 결국 선수의 선택이다. 박주영의 경기 출전은 한국 축구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하다.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박주영을 신뢰한 홍 감독이지만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소속 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를 차출할 수는 없다”는 선발의 우선 원칙을 전한 바 있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위건 임대건은 홍 감독에게는 대표팀 차출을 위한 명분을, 박주영 스스로에게는 반전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다.
박주영은 아스널과 계약기간이 2015년 6월까지다. 최근 막을 내린 여름 이적시장 당시 새로운 팀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알려졌던 계약기간은 2014년 여름이었지만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자격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입게 되면서 기존의 계약기간이 1년 연장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궁지에 몰린 박주영이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새 둥지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