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욕 동호회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혼욕의 매력은 설렘. 이것은 경험한 사람밖에 모른다.”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이는 혼욕 동호회 ‘내추럴’의 운영자 다다노(只野) 씨다. 이 동호회는 한 달에 한두 번 혼욕 투어를 개최하고 있다. 참가자는 매회 20명 정도. 많을 땐 50명을 넘기기도 한다. 남녀 비율은 대략 6대 4로 남성 비중이 조금 높은 편이다. 남성의 연령층은 20~50대까지 다양하며, 의외로 기혼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압도적으로 20~30대 미혼자가 많다. 이에 대해 다다노 씨는 “혼욕에 참가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미용이 목적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노출에 대해 큰 저항감을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다”고 밝혔다.
“빤히 쳐다보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써있는 혼욕 온천 매너 안내 간판.
당시 혼욕을 함께 즐긴 여성들은 대부분 20대 후반. 다들 남성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일단 수건으로 중요한 부분은 가렸어도 가슴골이 그대로 드러나는 등 노출 수위는 꽤 아슬아슬하다. 이에 비해 남성들은 일정 간격으로 한 명씩 가장자리에 앉아 온천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물론 전라에 수건으로 사타구니 부분만 가린 상태다.
그녀는 “처음에는 미용에 좋다는 말에 혼욕에 참가했지만, 옷을 걸치지 않아서인지 뭐든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 후련했다. 남성들의 음흉한 시선은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던 것은 처음 5분 정도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이 풀리고, 되레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고 한다.
혼욕 동호회 사이트 캡처. 남녀가 함께 알몸 상태로 앉아 있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저항이 큰 것도 혼욕이다. 온천 관련 글로 유명한 야마자키 마유미(山崎まゆみ) 씨는 “혼욕이야말로 일본인이 가장 자연스럽게 온천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여기에는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 있다. 남성은 절대로 여성의 맨살을 만져서는 안 되며, 여성의 몸을 빤히 쳐다봐도 안 된다. 특히 여성이 온천물에 들어오고 나갈 때는 시선을 피해주는 것이 예의다. 삼삼오오 뭉쳐 다니는 대학생 정도의 젊은 남성들이 요주의 인물로 지목된다. 이들은 젊은 여성이 온천에 들어오면 반드시 말을 건넨다. 이밖에도 일부 남성들은 단지 호기심에 혼욕 온천을 찾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명 ‘악어’로 불리는 이들은 탈의실부터 매복해 이제나저제나 여성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노천탕에서도 여성이 들어서면 음흉한 행동을 일삼는 등 혼욕 애호가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프런트에서 감시카메라로 수상한 사람을 체크하는 혼욕 온천도 생겨났다. 특히 20대 여성들이 많은 휴일에는 노천탕 주변 감시도 철저해진다. 이런 분위기를 두고, 야마자키 마유미 씨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를 보낸다. 그는 “일본 고유의 문화를 잃지 않기 위해 사심은 접어두고, 범절을 준수하는 혼욕을 즐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난교 탓 ‘금지령’도
물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이라 남녀불문 여러 사람이 함께 목욕을 했으며, 목욕탕은 서민들의 애환을 나누는 사교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797년 일본 최초 혼욕 금지령이 발령된다. 당시 혼욕이었던 공덕탕에서 승려와 여승들의 난교가 문제시 되었던 것. 이로써 금지령이 내려지고 혼욕 자체를 외설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혼욕은 사라졌다 부활하기를 반복한다.
에도막부 시대에도 ‘혼욕이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이유로 법으로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상류계층에서만 지켜졌을 뿐 지방 온천지에서는 여전히 혼욕을 오랜 전통으로 여기고 지켜 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