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밴쿠버와 콜로라도의 경기는 이영표의 현역 마지막 경기, 다시 말해 은퇴경기였다. 이영표는 당당히 선발 출전해 마지막까지 팀 승리를 견인했다.
첫 골은 이영표의 소속팀인 밴쿠버에서 터뜨렸다. 전반 43분 까밀로가 페널티킥을 얻어 시즌 20번째 골을 넣은 것. 그렇지만 이골의 영광은 20번째 골을 직접 넣은 까밀로의 것이 아니었다. 까밀로는 공을 들고 이날 경기의 주인공인 이영표에게 달려갔다.
중계 화면 캡쳐
까밀로는 득점에 성공한 골을 이영표에게 가져가서 공을 안긴 뒤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팀 내에서도 큰 형님으로서 헌신의 아이콘이었던 이영표의 현역 마지막 경기를 기념하기 위한 동료들의 골세레모니가 펼쳐진 것.
사실 이영표는 은퇴 경기에서 득점을 올릴 수도 있었다. 이영표의 은퇴 경기임을 알고 있는 관중들이 전반 43분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에서 이영표의 이름을 연호한 것. 그렇지만 이영표는 페널티킥 찬스를 팀 동료 까밀로에게 양보했다. 그 골을 성공시켜 까밀로가 시즌 20골의 영광을 안도록 배려해준 것. 까밀로가 득점에 성공한 뒤 이영표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에 진심이 담겨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참고로 까밀로는 지난 2010년 경남 FC에서 선수 생황을 한 K 리거 출신이기도 하다.
감격한 이영표는 까밀로를 껴안았고 뒤늦게 도착한 팀 동료들이 이 두 선수를 껴안으며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중계를 통해 이 장면을 목격한 국내 팬들 역시 현장의 감동을 그대로 선물 받았다.
20번째 득점의 영광을 이영표에게 미룬 까밀로는 74분과 85분에 두 골을 추가하며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시즌 22골의 기록을 세웠다. 아마도 이영표의 기운이 까밀로에게 전해져 두 골을 더 터트린 게 아닌가 싶다. 결국 경기는 벤쿠버의 3대 0 대승으로 끝났다.
이영표는 90분이 종료되고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 아웃됐다. 감독이 굳이 이영표를 경기 종료 직전에 교체한 것은 관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이 역시 감독이 준비한 작은 은퇴 세리머니였다.
동료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관객들에게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갈채를 받은 이영표, 이제 그가 곧 귀국해 국내 팬들에게도 선수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할 예정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