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시찰 당시 아베 총리의 모습. 일본 네티즌들로부터 “안전하다더니 복장만 보면 우주전쟁이라도 참전할 기세”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진 출처=<마이니치신문>
원전 근로자 1인당 연간 피폭 한도는 50밀리시버트. 그러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근무하는 작업원들은 피폭 제한치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고, 결국 건강을 염려해 현장 작업에서 제외된다. 이렇듯 사람이 자주 바뀌는 상황이다 보니 작업원들 사이에서는 책임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 단순 실수로 인한 사고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2년 전 후쿠시마 원전 근무를 지원한 작업원 B 씨는 “무엇보다 숙련 직원 부족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초보자 열 명보다 기술을 가진 한 명이 절실하다는 것. 그는 “얼마 전에도 호스 교환 중 오염수가 새어 나와 작업원 6명이 피폭되는 사고가 있었다. 오염수 누수 사고는 작업원들의 실수로 발생하고 있으며, 어처구니없지만 대부분 아주 초보적인 실수”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엔 한 작업원이 배관 안에 고무판을 놓고 오는 바람에 방사성 물질 정화장치(ALPS)가 갑자기 멈춘 사고도 있었다. 작업원 B 씨는 “고무판이 배관을 막아 원자로의 온도가 상승하고 한바탕 난리였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작업원 C 씨는 “적당주의가 만연해 있는 도쿄전력의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요컨대 여론 무마용으로 형식적인 허울만 존재할 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현장은 언제나 “빨리 해라” “시간이 없다”는 재촉만 있다.
작업원 A 씨도 C 씨의 말에 동조했다. 그리고 한 예로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했던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총리의 방문은 우리에게 큰 민폐였다”라고 운을 뗀 그는 “도쿄전력 직원이 ‘총리에게 더러운 곳을 보일 수 없으니 쓸모없는 것은 다 치우라’는 명령을 내린 후 일주일이나 걸려 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오염처리 작업이 늦어지는 어리석은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고 비난했다.
폭로는 계속됐다. 작업원 B 씨는 “오염수 탱크가 부실 설치됐다는 얘기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도쿄전력만은 무사태평이다. 1000기의 탱크를 순찰하는 데 직원 둘이서 2~3시간 만에 끝낸다. 연결 부분이 몇 만 곳인데 확인이 제대로 될 리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더 충격적인 증언도 이어졌다. 탱크에서 새는 오염수는 비가 오면, 오염수인지 비인지 분간이 안 돼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대해 작업원 A 씨는 “몇 톤의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다. 앞서 태풍이 상륙했을 때에도 오염수 탱크에 설치한 누수 방지용 둑이 호우로 인해 수위가 높아져 위험성이 제기됐고, 결국 배수로를 통해 오염수를 바다에 유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원전에서 오래 근무한 베테랑 작업원 D 씨는 “오염수 외의 것들이 모두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걱정을 내비친다. 예를 들어 1호기, 2호기의 배기통은 금이 간 부분이 있어 위험한 상태이나 전혀 보도되고 있지 않다. 만일 배기통이 무너지는 날엔 시간당 10시버트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는데 이는 잠시만 노출돼도 생명이 위험한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선량이다.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상황은 안전하다고 선언했으나 정작 작업원들은 ‘저건 어디 이야기인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간겐다이>와의 인터뷰에서 작업원들은 “아베 총리의 오염수 발언 이후 노동 조건이 훨씬 가혹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도쿄전력이 “하루라도 빨리 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 C 씨는 “작은 하청업체 소속의 작업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의 작업을 강요당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폐로까지 30년에서 40년이 걸린다. 그러나 작업원의 초소는 가건물에 쿠션 시트를 깐 정도로 열악하고 방사능 피폭방지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상태다. 작업원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작업 현장에는 초보자, 야쿠자마저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동료 두 명 돌연사…노동조건 가혹”
방사능 오염수를 직접 처리하는 위험한 직업 탓에 작업원들은 내부피폭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주간겐다이>가 “메디컬 테스트는 어떻게 받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자 그들의 속내가 드러났다.
작업원 A : 함께 일했던 동료 두 명이 돌연사했다. 사인은 피폭과 관계없다고 들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노동 조건이 가혹한 것은 틀림없다.
작업원 C : 3개월에 한 번씩 내부피폭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회사와 계약돼 있는 종합병원에서 정기검진을 3~4개월에 한 번 정도 받는다.
작업원 D : 작업원에 대한 대우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전에는 방사선량 초과로 부서를 옮긴 경우 반년 혹은 일 년에 1번 건강검진을 받거나 무료 건강 상담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높은 방사선량으로 피폭된 경우가 아니면 그런 관리는 받을 수 없다. 나는 요즘 정말 감기에 자주 걸린다. 과로 탓도 있겠지만, 너무 불안하다.
작업원들의 이력
작업원 A : 오사카 출신의 40대 남성. 도쿄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작업원 B : 가나가와현 출신의 30대 남성. 원전 사고 직후 스스로 지원.
작업원 C : 도쿄 출신의 20대 남성. 거리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말을 걸어와 이직을 결심.
작업원 D : 후쿠시마 출신. 사고 전부터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한 베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