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이 지난달 입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류현진은 지난 14일 목동야구장에서 최근 계약을 맺은 농협은행 CF 촬영을 마쳤다. 정해진 촬영 시간은 8시간. 약속된 시간을 넘길 경우, 류현진은 무조건 촬영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첨부된 사항이었다. 따라서 광고 촬영을 진행하는 스태프들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8시간 안에 정해진 촬영을 모두 끝마쳐야만 했다. 다행이 류현진은 30분 일찍 그곳을 떠날 수 있었는데, 그 비결은 류현진의 잠재된 ‘끼’ 때문. 카메라가 돌아가면 나타나는 류현진의 탤런트적인 ‘끼’ 덕분에 현장 스태프들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촬영을 마무리했다는 후문이다.
류현진은 농협은행과 2년간 18억 원에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이 모델료는 ‘피겨여왕’ 김연아의 KB금융그룹 모델료(연간 10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류현진과의 계약에 앞서 신충식 농협은행장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해에 대단한 성과를 거둔 류현진 선수야말로 농협은행의 비전을 대변할 홍보 적임자이다”라며 광고모델 류현진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농협은행 촬영 이전에 류현진은 오뚜기 진라면 CF를 찍었다. 이번에도 장소는 목동야구장이었다. 오뚜기와는 6개월간 약 95만 달러(한화 약 10억 원)에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의 이름 중 ‘진’이란 부분과 ‘진라면’의 이름이 절묘한 매치를 이루면서 류현진의 촬영에 큰 기대를 나타냈던 광고 스태프 측은 촬영 후에 “류현진 선수가 라면을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라면이 먹고 싶어질 정도로 대단한 연기력을 발휘했다”면서 “광고 감독도 류현진 선수의 연기에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였다”고 만족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농협은행과의 광고 계약 모습.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LA에서도 류현진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류현진은 귀국 전 LA에 본사를 둔 한국계 은행인 한미은행과 6년 계약서에 사인했다. 한미은행의 TV 광고와 인쇄 매체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한미은행이 주최하는 어린이 야구 클리닉이나 팬 사인회에 참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한미은행은 류현진이 삼진을 잡을 때마다 100달러씩 류현진의 재단인 ‘HJ99’에 내놓는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계약 금액은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연간 100만 달러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광고계에선 류현진의 광고 모델 상승세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광고기획자 A 씨는 “류현진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친근감 있고, 귀여운 이미지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장점이 있다”면서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은 실력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선수의 이미지, 그리고 야구팬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두터운 지지를 얻고 있는 부분이 최고의 주가를 올리게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또 다른 광고기획자 B 씨는 약간 우려 섞인 시선을 내비쳤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류현진 선수가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기 전, 은행 내부에선 갑론을박이 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운동선수는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1년도 아니고 2년을 계약했다는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야구나 축구 선수는 특히, ‘위험한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걸로 알고 있다.”
류현진은 앞으로 1개 정도의 CF에 더 출연할 예정이다. 그 후에는 잇단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할 계획인데, 여러 곳의 신문사와 단체로부터 상을 주겠으니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어, 매니저인 전승환 이사가 진땀을 흘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11월 안에 모든 행사를 마무리 짓고 1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류현진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